[백세시대 / 세상읽기]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백세시대 / 세상읽기]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1.06 10:17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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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기자의 지인은 비알콜성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NASH)에 췌장 낭종까지 갖고 있다. 이 중 하나만으로도 언제 죽음에 이를 지 모른다. 지인은 “병원에서도 딱히 약 처방을 해주지도 않고, 단지 6개월에 한 번 초음파 검사로 암으로의 진행만 확인하는 정도”라며 “하루하루를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지낸다”고 하소연한다. 

생물 가운데 인간만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죽음에 대한 채비를 걱정한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 하지만 간혹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일종의 객기나 호기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지인의 아내는 진짜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 같다. 

60대 후반의 아내는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순간의 표정은 담담한 것 같기도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화 난 표정으로 보이는 것은 죽음 앞에서 쩔쩔매는 남편에게 비굴하게 처신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함일까. 

한 의대 교수가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병원 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많은 환자들의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접하면서 나름대로 깊이 연구·성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 교수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까.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다. 어떤 분은 돈이고, 어떤 분은 명예이고 권력이고, 또 어떤 분은 가족이기도 하다. 죽음이 다가오면 내가 쌓아올린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죽음 앞에서 이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죽음을 두렵게 여기지 않나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죽는 순간의 고통이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고 전제한 뒤 다음과 같이 길게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나. 저는 환자에게 자주 말한다. 첫 번째가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다’라는 걸 빨리 알아차릴수록 두려움이 작아진다. 우리는 내 물건을 잃어버리면 마음 상해하지만 남이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렇게 속상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 몸이 내 것’이라고 여긴다. 내가 손을 움직이면 손이 움직이고, 내 몸은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있어서 내 것이라고 여긴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끊임없이 없어졌다가 생기기를 반복한다. 37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은 하루에도 3000억개의 세포가 생겨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내가 얘기하는 이 순간에도 없어졌다가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고 그 반복 과정에서 조금씩 에러가 생기면 그게 노화이고,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조금 변이가 오는데 그게 하필이면 암과 관련된 유전자면 암이 된다. 이 반복이 7년 정도 되면-뇌세포만 제외하고-몸이 완전히 새로운 몸이 된다. 태어날 때 3kg의 몸이 지금의 내 몸이라고 여기는 이는 없다. 어떤 자연적인 조건에 의해 생겼다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두 번째는 현재를 살아라. 현재에 집중하면서 현재에 살면 두려움이 좀 없어진다. 많은 이가 현재가 중요하다면서도 과거를 살고 미래를 산다. 마음이 과거에 가있으면 대부분은 우울하다. 마음이 미래에 가 있으면 불안하다. ‘내가 언젠가는 죽겠지’,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너무나 불안하고 두렵다. 어린이를 보라. 어린이는 현재를 산다. 그래서 행복하다. 어른이 되면 행복하지도 못하고 현재에 만족하지도 못한다. 

세 번째는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그냥 세상의 원칙과 원리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어떤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겼다 없어지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왜 나만 병에 걸렸나’, ‘왜 나만 돈이 없어 이렇게 힘든가’ 등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세상의 돌아가는 원리와 이치를 공부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든다.” 

과연 김 교수의 이 같은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현실에 집중해 살며,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 여기고, 세상의 원리를 터득한다 할지라도 죽음은 두렵고 공포 그 자체란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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