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 유성구 지원 아래 전국 최초로 스마트경로당 안착…스마트경로당 성공은 고뇌·실험의 산물
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 유성구 지원 아래 전국 최초로 스마트경로당 안착…스마트경로당 성공은 고뇌·실험의 산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1.13 09:01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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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등과 협업, 스마트매니저 배치 등 ‘운영의 기준’ 만들어

신기영 지회장 “하드웨어 보급만으론 안돼”… 내년 120개 경로당에 확대

대전 유성구지회는 유성노인복지관과 함께 스마트경로당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스마트경로당 온라인 퀴즈대회’에서 신기영 유성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스마트경로당 시스템을 통해 경로당 회원들(TV의 작은 화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대전 유성구지회는 유성노인복지관과 함께 스마트경로당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스마트경로당 온라인 퀴즈대회’에서 신기영 유성구지회장(왼쪽 두 번째)이 스마트경로당 시스템을 통해 경로당 회원들(TV의 작은 화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스마트경로당 조성을 흔히 하드웨어(컴퓨터‧카메라 등)만 보급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소프트웨어’(운영 프로그램 등),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11월 7일 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 사무실에서 신기영 유성구지회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기영 지회장은 ‘스마트경로당’의 필요성을 정치권에 제안해 정부 시범사업으로 채택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성구지회는 유성노인복지관(관장 류재룡)과 손잡고 202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해 3년간 시행착오 끝에 스마트경로당 시스템 완성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기영 대전 유성구지회장
신기영 대전 유성구지회장

신기영 지회장은 “스마트경로당은 의지 뿐 아니라 재정확보를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다행히 구청장과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정부시범사업으로 채택되는 행운을 얻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 지회장의 UCLA 유학시절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어덜트스쿨’(성인학교)에 큰 감명을 받았고 한국에도 노인 등 성인을 위한 조직적인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던 그는 대전대 대학원장으로 재임 중 한의대에서 제조한 소화제를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대전연합회 노인지도자대학장을 역임한 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2020년 2월 압도적 지지로 유성구지회장에 당선된다. 취임 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경로당의 현대화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화상회의’로 대표되는 ‘비대면’이 급부상하자 여기에 주목한다. 

앞서 ‘과학문화의 도시’ 유성구는 2016년부터 14개 경로당을 ‘ICT(정보통신기술) 경로당’으로 선정, 화상프로그램으로 원격교육을 할 수 있도록 대형TV, 카메라, 컴퓨터 등을 설치해 운영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유성구지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어르신들이 알려줘도 활용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적어 애를 먹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즉, 하드웨어 보급만으로는 스마트경로당이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신 지회장과 유성구지회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스마트경로당 모델에 대해 고민한다.  

스마트경로당에는 각 경로당별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기기(대형TV, 마이크, 카메라 등 포함)와 버스‧지하철 도착 시간 알림 등 각종 정보를 전용 스크린으로 제공하는 대형 키오스크,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 설치된 PC 등을 보급했다. 이중 얼굴을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회원을 인식하고 체온, 혈압, 체내 산소량 등을 측정하는 대형 키오스크는 코로나 시절 원활한 경로당 운영에 큰 역할을 했다. 신기영 지회장은 “향후 대형 키오스크를 활용해 경로당 회원들의 건강 관리를 접목하는 것도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핵심인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기기를 통해 65개 경로당을 연결해 동시에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65개 경로당에 강사를 파견해야 했다면 현재는 메인 경로당에만 파견해도 65개 경로당에서 동시에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기존 ICT 경로당과 달리 스마트경로당에 크게 두 가지를 더해 차별화를 꾀한다. 유성노인복지관과 손잡고 화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운영을 복지관에 맡기고, ‘스마트매니저’라 불리는 관리자를 경로당별로 파견했다. 

지회에서 욕심을 내서 모든 것을 전담하기보다 유관기관과 협업을 통해 각자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얻은 것이다. 

이후 유성구지회는 여가프로그램 운영의 노하우를 갖춘 유성노인복지관에 일종의 메인 스튜디오를 두고 전문강사들을 통한 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주 5일 진행했지만 현재는 월‧수‧금만 진행한다. 여기에도 유성구지회의 노하우가 들어 있다. 오종석 사무국장은 “매일 진행하면 더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르신들이 다른 일도 해야 하고 체력적으로 버거워 주 3회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아 현재 방식으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유성구지회 스마트경로당이 호평받으며 여러 지자체가 벤치마킹하고 나서는 데는 ‘스마트매니저’의 힘이 컸다. 

신 지회장은 아무리 교육을 하더라도 고령인 80대 전후 경로당 회원들이 활용하기엔 버겁다는 점을 가장 크게 고민했다. 이때 떠올린 묘안이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유성구에는 컴퓨터에 익숙한 군 장성, 교수, 공무원 출신들이 많이 거주 중인데 이들을 일종의 관리자로 활용해 프로그램 운영을 맡긴다는 아이디어였다. 

이후 신 지회장은 정용래 유성구청장을 찾아 스마트경로당 활성화를 위해서는 매니저가 필요하다 설명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65개 경로당에 스마트매니저를 배치했다. 

스마트매니저들은 단순히 기기를 켜고 끄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로당 보조금 정산을 지원하고 회원들의 각종 민원도 해결해주는 등 경로당 파수꾼 역할도 하고 있다. 매월 프로그램 관련 일지도 작성하는데 어르신들의 선호도, 바라는 점을 적어 복지관에 전달한다. 

김인원 스마트매니저는 “간혹 프로그램 운영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는데 이때 매니저들이 대체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65개 경로당이 연결되면서 1000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를 매년 수차례 개최하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실제로 종합운동장을 빌려 1000명을 모아 노래자랑, 윷놀이대회, 퀴즈대회 등을 개최하려면 버스대절, 대관료 등 많게는 수억원이 든다. 

유성구지회는 스마트경로당의 비대면 프로그램 운영기기를 활용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올해 4월, 6월, 9월 온라인퀴즈대회, 노래자랑대회, 윷놀이대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보이스피싱, 떴다방 등 노인 관련 범죄 예방교육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이로 인해 초기에 시큰둥했던 어르신들의 반응도 180도 바뀌었다.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박선자 도안마을1단지경로당 회장은 “유익한 정보도 많이 알게 되면서 회원들의 참여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구지회는 이러한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120개 경로당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신기영 지회장은 “스마트경로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용래 구청장을 비롯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 덕분이었다”면서 “향후에도 스마트경로당 내실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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