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내년 6월까지 증시 공매도 중단… 느닷없는 조치에 증시 널뛰기 부작용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내년 6월까지 증시 공매도 중단… 느닷없는 조치에 증시 널뛰기 부작용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1.13 09:27
  • 호수 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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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금융 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에 대해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를 저질러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5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의결했다. 그동안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세 차례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금지된 바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증권사에서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로 과대 또는 잘못 평가돼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대상으로 삼는데,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심하게 개입하는 종목의 주가는 하락한다. 

그러나 현 공매도 제도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매도 비중이 외국인 67.9%, 기관 30.4%로 총 98.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 투자자 간 공매도 거래 요건도 크게 차이가 난다. 공매도를 하려면 우선 주식을 빌려야 하는데, 주식을 빌리려면 담보가 필요하다. 주식, 채권, 현금 등이 주식 대비 일정 비율 이상 갖고 있어야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이 가능한데, 이 비율이 개인은 120%인데 반해 기관과 외국인은 105%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개인은 2000만원을 담보로 1억원 어치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500만원만 있어도 1억원 어치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갚아야 하는 기한도 개인은 한 번에 최장 90일로 제한되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한이 없다. 주가가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사면 되니 기관과 외국인이 더 유리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1400만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장난질에 개미만 쪽박 찬다”며 공매도 폐지 또는 전면적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달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더 힘을 얻었다. 

하지만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주식시장의 과열과 특정 주식의 거품을 막아 오히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다. 우리만 유독 금지하면 외국 투자자의 이탈도 우려된다. 선진국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MSCI의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MSCI는 지수 편입의 선결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허용을 요구해 왔지만 금융당국이 정반대 조치를 결정함에 따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멀어졌다.

정부가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공매도 전면금지가 실시된 첫날인 6일에는 폭등장이 펼쳐졌지만 7일에는 폭락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일부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이번 조처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카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표심을 잡으려다가 투자 심리를 잃게 되면 국내 증시에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시 금지의 당위성을 충분히 알리고 설득해야 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형사 처벌 도입과 불법 이익금 환수, 차별 시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 등 초강경 대응으로 싹을 잘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융이 포퓰리즘에 빠지면 ‘백약’이 무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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