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7] ‘표색’은 ‘벽색’의 별칭, 고관들 물건에 사용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7] ‘표색’은 ‘벽색’의 별칭, 고관들 물건에 사용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11.13 10:57
  • 호수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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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결수지계(縹纓結綬之計)

오행(五行)색에서 동방 청(靑)색과 중앙 황(黃)색을 배합하면 녹(綠)색이 되고, 동방 청(靑)색과 서방 백(白)색이 배합하면 서방의 간색인 벽(碧)색이 된다. 

『오행대의』에도 청색이 백색에 들어갔으니 서방의 간색은 표(縹)색이라 하였다. 이때 녹(綠)과 벽(碧)은 간색으로서 개념적으로는 유사한 색이다. 또한 벽옥(碧玉)을 보면 백색이 섞인 연한 녹색에서 약간 진한 녹색에 이르기까지 그 뉘앙스가 다양하다. 

표(縹)색은 『자전(字典)』에 옥(玉)색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오행의 이론상 동방 청색과 서방 백색이 배합된 벽색(碧色)의 별칭으로 통용되는 색명이다. 

◎예로부터 고려는 당나라 제도를 모방하여 벽색을 입었다고 하나 지금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다. 대체로 이 나라 백성은 가난하고 풍습은 검소하다. 관리의 옷은 일반관리의 복색과 다르지 않다. 단지 녹의(綠衣)는 짙고-엷음이 있다. 도포 한 벌 값이 은(銀) 1근이니 매번 세탁하여 다시 염색하므로 짙어져 벽색처럼 된 것이다.<고려도경> 

표(縹)와 벽(碧)은 개념적으로는 같은 색이나 그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뉘앙스가 다르다. 벽옥(碧玉)은 귀한 옥으로서 벽옥잠(碧玉簪) 등 상류층이나 왕실에서 쓰는 물건이었다. 

◎신라의 수레와 가마의 겉 장식은 홍(紅)‧비(緋)‧청(靑)‧표(縹)색을 사용한다.<삼국사기> 

◎면복(冕服)의 혁대는 금(金)고리와 옥(玉)을 꿰었는데 적(赤)‧백(白)‧표(縹)‧녹(綠)색 4가지 비단으로 하였다.<공민왕 19년> 

표영결수지계(縹纓結綬之計)의 표영(縹纓)은 표(縹)색 영자(纓子: 갓에 갓끈을 다는 데에 쓰는 고리)로서 진수정(眞水精)과 산호(珊瑚)옥을 사용하는 데 벽옥(碧玉) 영자를 표영(縹纓)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인, 상인, 천인, 하례들은 진수정이나 산호로 만든 영자(纓子)를 착용하지 못하게 하고, 3품 당상관이 옥영(玉纓)과 옥환자(玉環子)를 뚫어 쓰는 것은 금하지 말도록’<세종 24년>한 것처럼 표영(縹纓)은 고위관직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표영(縹纓)을 매단 갓을 쓴다는 것은 곧 공복을 입을 때이므로 벼슬을 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표영과 벼슬을 나타내는 인(印)끈을 맺는다는 것은 곧 벼슬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벼슬의 사직을 청하는 송준길, (......) 선왕 전하께 충성하는 직분을 어찌 감히 다시 표영결수지계(縹纓結綬之計: 벼슬에 나아가려는 계략)를 하겠습니까.<현종 3년> 

◎수치스러운 신들이 어떤 얼굴로 감히 표영결수지계(縹纓結綬之計)를 내겠습니까? 

◎신의 몸이 노쇠하고 병도 오래도록 낫지 않아 표영결수지계(縹纓結綬之計)의 마음은 꺾이고 낙심하여 문견과 학식이 고집스럽고 너그럽지 못하여.<영조 원년> 

◎벼슬의 사직을 청하는 신하의 상소 중에, (......) 표영(縹纓) 속대(束帶: 대를 두르고)로 득의양양 반열에 나아가 옛날 소명을 어기고.<영조 3년>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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