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별
[백세시대 / 기고] 별
  • 권오중 시인·수필가·가수
  • 승인 2023.11.20 11:28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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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시인·수필가·가수
권오중 시인·수필가·가수

해가 하늘을 곱게 물들이다 잠을 자러 서산을 넘어간다. 엷게 어둠이 깔리며 서쪽 하늘에 샛별이 유난히 반짝반짝인다. 초승달도 옆에서 수줍게 미소 짓는다. 초승달과 샛별이 아주 정답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문득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난다. 주인집 아가씨에게 목동이 들려주던 서정시처럼 아름다운 별 이야기가 가만가만 들리는 듯하다.

어둠이 깊을수록 수많은 별들이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별이 총총히 뜨는 날이면 문득 할머니가 생각난다. 모깃불 피워놓고 내 머리맡에서 옛날얘기 도란도란 들려주시던 그때가 생각난다. 별빛이 내 맘에 살포시 스민다. 반짝반짝이는 별은 밤의 보석이다. 별은 어둠이 있어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어두울수록 더욱 반짝인다. 이윽고 지상에도 사랑별이 뜬다. 행복이 콰르르 흐르는 별이다. 길을 환히 밝히는 가로등 별도 뜬다.

“어둠이 조용히 내리면/지상에 별이 하나 둘 뜨고/달이 살포시 깨어납니다//지상에 별이 뜨면/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고/사랑이 달큰히 흐릅니다//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음식과 사랑을 먹으면/웃음꽃도 활짝 피어납니다//하늘의 별과 달이/지상의 사랑별 바라보며/환하게 미소집니다”(권오중 ‘사랑별’)

또한 지상에 피는 꽃 중에는 하늘에 있는 외로운 별이 지상에 내려와 핀 것 같다. 백합꽃과 도라지꽃은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천사의 나팔꽃은 하늘의 천사가 별을 따다 지상에 심은 것 같다. 그리곤 하늘로 꽃이 올라갈까봐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나 보다. 그래서 밤이면 하늘이 못내 그리워 진한 향을 뿜어댄다. 

별도 생물처럼 태어났다 죽는다. 아기별이 태어나 반딧불이처럼 밤하늘을 반짝이다 마지막에는 밝게 빛을 내며 초신성(超新星)이 된다. 문득 밤하늘에 별똥별 하나가 기다랗게 꼬리를 그리며 떨어진다.

밤하늘에 가장 찾기 쉽고 유명한 별자리는, 밝은 별 7개가 국자 모양으로 늘어선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은 인간의 생명을 다스리는 별로, 사람들이 죽으면 영혼이 북두칠성으로 돌아간다고 믿었다. 북두칠성을 일월과 오행의 정수라고 여기고, 이를 믿은 것이 바로 칠성 신앙이다. 

별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꿈과 희망을 주었다. 별을 사랑한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 시를 썼다. 또한 춤추는 별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있다. 그들은 생의 고단함을 시와 그림으로 달랬다. 141년째 공사 중인 스페인 ‘가우디 성당’에는 하늘과 별을 담은 천장이 있다. 

문득 반짝이는 별 하나가 가슴에 곱게 무늬진다. 모든 사람이 별과 같이 반짝이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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