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질까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이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질까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3.11.20 11:29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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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건

기억에 남을만한 일 없이 지내는

단조로운 삶과도 관련이 있을 것

여행이나 새로운 사람과 만남 등

알차게 시간 보내는 방법 시도를

올해도 수능시험을 치를 때가 되니 여지없이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날씨가 추워졌다. 가을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오니 올 한 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이 참 빠르게도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않아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 하루, 일주일, 한 달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았을 때 처음에는 모래알이 천천히 떨어지다가 모래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부터는 갑자기 모래알이 빠르게 떨어진다고 느끼게 되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는 속도는 달라지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3~4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을 내원해 외래진료를 보시는 환자분들도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 외래를 다녀가신 듯한데, 벌써 다음번 진료 날짜가 된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고 느끼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그다지 새롭다고 느낄만한 것들이 줄어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한 달간 또는 일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돌이켜볼 때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는 이유는 기억에 남을 만큼 의미 있는 일들이 없다는 것이 주된 원인일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부의 변화를 인지하고 느끼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관련이 있을 듯하다. 

마치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어른이 되어 다시 가보면 건물이나 도로, 또는 나무 등이 기억에 남아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도 작다고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의 기준으로는 꽤 크게 보였던 건물이나 거리의 상대적 크기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 원인일 것이다. 

즉, 기준이 되는 시점에서 느끼는 상대적 크기가 우리의 기억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자신이 살아온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는 기간일 수 있지만, 노년의 삶에서 일 년이라는 시간은 지난날에 비해서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년 이후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 중에는 외부 활동이 없다 보니 점차로 외출 횟수가 줄어들고 집안에서만 생활하여 하루가 지나가고 일주일 지나가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떠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외래에서 운동이나 외출을 하는 것이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아무리 말씀드려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고 주로 앉아서 지내는 분들 중 하지 정맥의 기능저하가 동반된 경우 다리가 붓는다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다. 규칙적으로 걷거나 운동을 하면 하지 부종은 호전되는 데 괜히 심장이나 콩팥에 문제가 생겼다고 걱정을 하여 외래를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매일 해오던 것 말고 새로운 장소에 가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조로운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뿐 아니라 권태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됐던 3년을 무사히 보냈기 때문에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 전까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끼는 시간의 상대적인 길이는 짧아질 수 있겠지만 알차고 실속 있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나중에 돌이켜볼 때 결코 시간이 의미 없이 지나가지는 않았다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흘러간다고 느낀다면 매일매일의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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