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8] 신라는 군대를 두 가지 색의 배색으로 구분
[한국의 전통色이야기 48] 신라는 군대를 두 가지 색의 배색으로 구분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11.27 10:06
  • 호수 8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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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군대의 표지색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군대를 녹금서당(綠衿誓幢)의 금색(衿色: 군대의 표지색)은 녹자(綠紫), 청금서당(靑衿誓幢)의 금색은 청백(靑白) 등의 색으로 표시한 기록이 있는데, 이때의 녹자(綠紫), 청백(靑白)은 시각기록이 없어 알 수 없지만 군대와 색의 특성상 한 가지 색명이 아니고 두 가지 색의 배색(配色, color-matching)이다. 

금색(衿色)의 금(衿)은 옷깃 또는 몸에 두르는 대(帶)지만 『삼국사기』에 “금(衿)은 대개 서전(書傳)에 이른바 휘직(徽織)이라 했고, 시경에는 직문조장(織文鳥章)이라 하였는데, 그 주(註)에 직(織)은 휘직이라 했다.(......) 신라 사람들은 휘직을 청, 적 등의 색으로써 구별한 것은 그 형상이 반월(半月)이고, 계(罽: 모직물 종류) 역시 옷 위에 붙인다”라고 하였다.<이병도 역주 『삼국사기』(하)> 

당(幢)은 군영 또는 부대를 의미

◎당(幢)의 한자는 기치(旗幟: 깃발)인데, 신라에서 사용하던 당은 군영 혹은 부대를 의미하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국도(國都) 부근의 대서당(大誓幢)은 대군단, 중요한 지방에 두었던 군단이었다. 그러나 녹금당(綠衿幢) 등과 같은 여러 금당(衿幢)은 즉 군대 의복의 금색(衿色)에 의해 구별한 부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이병도 역주> 

◎나태하기 쉬운 군졸이 오랫동안 편안한 자세에 익숙해져 귀는 군중호령 북소리를 듣지 못하고 눈은 휘치(徽幟: 깃발)색을 보지 못하므로 갑자기 적을 만나도 기세가 꺾이니 참으로 작은 일이 아니다.<성종 20년> 

구서당(九誓幢)은 아홉 개의 군부대로서 각 부대(幢‧당)의 금색(衿色: 군대의 표지색)은 ①녹금(綠衿)서당의 녹(綠)-자(紫), ②자금(紫衿)서당의 자(紫)-녹(綠), ③백금(白衿)서당의 백(白)-청(靑), ④비금(緋衿)서당의 비(緋)색, ⑤황금(黃衿)서당의 황(黃)-적(赤), ⑥흑금(黑衿)서당의 흑(黑)-적(赤), ⑦벽금(碧衿)서당의 벽(碧)-황(黃), ⑧적금(赤衿)서당의 적(赤)-흑(黑), ⑨청금(靑衿)서당의 청(靑)-백(白)색이다. 

색깔로 정체성 구분방법 창안

◎육정(六停)도 군영 또는 군대인데 금색은 ①대당(大幢)의 자-백, ②상주정(停)의 청-적, ③한산정의 황-청, ④우수정의 녹-백, ⑤하서정의 녹-백, ⑥완산정은 백-자이다. 

◎경오종당(京五種幢)의 금색은 ①청-녹, ②적-자, ③황-백,  ④백-흑, ⑤흑-청.

◎만보당(萬步幢)은 각 주(州)에 각 둘씩 있었는데 금색은 ①사벌주의 청-황, 청-자, ②삽량주의 적-청, 적-백, ③청주의 적-황, 적-녹, ④한산주의 황-흑, 황-녹, ⑤우수주의 흑-록, 흑-백, ⑥웅천주의 황-자, 황-청, ⑦하서주의 청-흑, 청-적, ⑧무진주의 백-적, 백-황이다. 

신라의 군대는 흑(黑), 적(赤), 청(靑), 백(白), 황(黃), 비(緋), 녹(綠), 벽(碧) 9가지 색 중에서 두 가지색을 선택하여 각 부대별로 배색함으로써 각 군대의 표지색(標識色)으로 활용했다. 현대적 의미로 말하면 이때에 이미 컬러-아이덴티티 디자인(color identity design)을 창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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