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돕겠다던 경찰, 슬그머니 발뺀 사연
독거노인 돕겠다던 경찰, 슬그머니 발뺀 사연
  • 연합
  • 승인 2009.09.23 13:56
  • 호수 1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달음 시스템' 오작동 신고 잇따르자 폐지
최규식 의원 "취지 좋았지만 치안력 낭비사례"

경찰이 지난해 말 홀로 사는 노인(독거노인)을 보호한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한달음 시스템' 제도를 슬그머니 폐지한 것으로 9월 23일 알려졌다.

이 제도는 노인이 위급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전화를 걸지 않고 수화기를 7초 이상 내려놓고만 있어도 자동으로 112 신고가 되도록 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인천과 전북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범실시됐다.

그런데 경찰이 당시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제도를 슬그머니 폐지한 사연이 딱하다.

시범 지역의 시스템 오작동률이 98%를 넘었기 때문이다. 독거노인의 집에서 한달음 시스템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100번 출동했지만 98번은 허탕을 쳤다는 것이다.

경찰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최규식(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인천은 가입자 1347명에 한달음 시스템은 1327건이 작동해 그때마다 경찰관이 출동했는데 3건만 제대로 된 신고였고 1324건(99.8%)은 오작동이었다.

전북은 507명이 가입해 1284건이나 작동했지만 정상 신고는 23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1260건(98.1%)은 잘못된 신고였다.

오작동 신고된 것은 대개 노인들이 수화기를 잘못 놓거나 눈이 어두워 전화번호를 찾느라 수화기를 오래 들고 있었던 탓이었다고 한다.

전북에서 정상 신고된 23건도 응급 상황이 있어서가 아니라 노인들이 병원에 가야 하는데 순찰차를 타고 가고 싶어 신고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현장 근무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경찰청은 결국 전국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는커녕 인천과 전북에서도 한달음 시스템을 사실상 폐지하고 말았다.

이 제도는 경찰청이 작년 11월 전국 경찰에 하달한 `독거노인 보호활동 개선방안'에 따른 것이었다.

이 방안에서 경찰청은 지역 경찰관이 도시에서는 독거노인 1∼3명을 한 달에 한 번, 시골에선 한 달에 두 번 직접 방문해 실적을 매달 보고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이마저도 일선 경찰의 반발에 밀려 자율 사안으로 규정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경찰이 독거노인을 돕겠다는 좋은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노인 복지에 대해 안일한 자세로 접근해 경찰 치안력을 낭비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