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환 대한노인회 경북 봉화군지회장 “경로당 회장은 ‘횃불 든 리더’… 앞에서 잘 이끌어야 목적지 도달”
안철환 대한노인회 경북 봉화군지회장 “경로당 회장은 ‘횃불 든 리더’… 앞에서 잘 이끌어야 목적지 도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2.04 09:24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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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 활동비·노인회관 건립 등 핵심공약 거의 실현 “보람 느껴”

삼성물산 비롯 수자원공사 등 기관과 잇따라 협약식… 노인일자리 확대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은 내년 1월부터 전 군민을 대상으로 버스 무료승차를 실시한다. 이 놀라운 복지를 이끌어낸 주인공이 다름 아닌 안철환(84) 대한노인회 경북 봉화군지회장이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안 지회장은 봉화군수에게 예산이 어려우면 노인들만이라도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를 했다. 그러던 중 군수가 안 지회장의 요청을 수용했고,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군민에게 이를 확대해 적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안 지회장은 “우리 세대가 고생해서 현재 잘 살게 됐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란 것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노인복지에 대해 신경을 써달라고 (군에)계속 얘기했고, 여기 노인인구가 40%를 넘으면 그들도 신경을 좀 써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이 맞물려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화군의 이 같은 앞선 복지는 지회장의 탁월한 지도력의 산물인 동시에 아울러 노인회의 높은 위상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북 봉화군 인구는 3만여명, 노인인구는 1만2000여명이다. 대한노인회 경북 봉화군지회에는 10개 분회, 258개 경로당. 회원 8800여명이 있다. 안 지회장은 과거 철강산업에 오래 몸담았다. 문단2리경로당 회장, 봉화군지회 부회장을 거쳐 지난 2022년 1월 27일에 취임했다. 현재 거창철강 대표이사이다. 

-올해 지회의 가장 큰 사업이라면.

“도연합회의 노인지도자대학을 우리가 유치했다. 거기 졸업하는 노인 50명과 우리 노인대학 졸업생 43명 등 총 93명에 대한 수료식을 지난주에 치렀다.”

-도연합회의 노인지도자대학 수료식을 같이 했다니.

“경남의 시군 지회가 번갈아 도연합회 예산을 받아 1년씩 노인지도자대학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그 지회가 강사 섭외서부터 강의 일정까지 도맡아 하는 것이다.”

-취임 2년째가 다가온다. 어떠신가.

“이왕 들어온 김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철강 영업을 하면서 전국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참조해 지회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근면·성실의 새마을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뭔가를 하더라도 타 시·군보다 더 잘하고 차별화하려는 욕심 같은 게 있다. 무엇보다도 소통과 단합이 중요하다고 보고 거기에 주력한다. 직원도 물갈이 없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선거공약에 노인회관 건립 약속이 들어 있다.

“1995년 노인복지관으로 지은 현 건물이 낡고 비좁아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힘들다. 장애인 등 여러 단체를 수용하는 봉화어울림센터를 신축할 예정이고, 그 건물 4층이 노인전용공간으로 쓰인다. 강변 옆이라 주차장도 여유롭고, 강당이 커서 노인대학 정원도 확대할 수 있어 편리하고 좋다.”

-회장 활동비 지원도 약속했는데.

“군수께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작년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을 약속받았으나 의회에서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와 지켜지지 않았다. 지원 근거도 마련했고, 행정부에서 수립한 내년도 예산안도 의회로 넘어간 상태라 내년부터는 꼭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

안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의 당연성을 산불예방에 비유했다. 경로당 회장이라면 대부분 지역에서 30년 이상 거주가 보통이므로 연기만 봐도 누구 소유의 산에서 불이 시작됐고, 바람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훤히 꿰뚫고 있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주고 산불 감시의 일을 경로당 회장에게 맡긴다면 한순간에 마을 전체가 시커멓게 타버리는 불상사 따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용을 못하는지 답답하다는 지론이다.

안철환 봉화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안 지회장 왼편이 배도열 사무국장.
안철환 봉화군지회장이 직원들과 노인회관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안 지회장 왼편이 배도열 사무국장.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지회장 선거 때 전 경로당을 다 돌았다. 노인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인 경로당 입식화를 추진 중이다. 어르신이 밖에서 일하고 경로당에 쉬러 오는데 의자가 없으면 무척 불편할 것이다. 군에서 2025년을 목표로 순차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노인일자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맞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제주도까지 가서 밀감 수확 일도 한다. 올해는 경로당깔끄미 사업 등에 총 430명이 참여한다. 내년에 40명이 더 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백두대간수목원을 수탁·운영하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산림조합, 수자원공사, 농어촌개발공사 등과도 잇따라 협약식을 맺었고, 교육청, 경찰서에도 (일자리)협조를 구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부산에서 오랫동안 철강회사를 운영해오다 1995년에 고향(봉화)으로 돌아왔다. 거리에 떨어진 담배꽁초나 휴지를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줍곤 했다. 경로당 회장 자리가 비어 있는 걸 보고 마을에 사람이 있는데 회장이 없으면 되겠나 싶어서 ‘다음 회장 뽑을 때까지 맡겠다’고 자청했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었지만 지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비결이라면.

“제가 면 단위를 찾아다니며 하우스 시공을 많이 했고, 철강회사 운영하며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다. 아마 그런 덕을 본 것 같다(웃음).”

-봉화군은 어떤 곳인가.

“봉화는 면적이 서울시보다 크고,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11개나 된다. 조선 건국의 주역인 정도전이 태어난 곳으로 학문, 유학이 성했다. 그 영향인지 법전면에선 판·검사가 11명이나 나왔다. 이몽룡 생가도 있고, 청량산도립공원 등 자연 경관이 뛰어날 뿐더러 인심 좋고, 공기도 맑아 노인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평생 삶의 철학이라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문을 잠깐 익혔다. 매일 새벽 5~6시에 일어나 하루 일을 계획해야 차질 없이 그날 일을 마무리하고, 봄철이 되면 그 토양에 맞는 씨앗을 심어야 가을에 농사가 다른 사람보다 낫게 될 거란 자연의 섭리를 배웠다. 그런 준비와 자세로 살려고 노력한다.”  

안철환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 회장은 횃불을 든 리더가 돼야 한다”며 “맨 앞에서 횃불을 들고 길을 잘 인도해야 뒤따르는 사람들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지만 다른 길로 들어서면 도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로당 회장이 회원들을 앞에서 잘 이끌어야 경로당이 활성화 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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