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병원이 알려주는 통증 부위로 보는 우리 몸 42] 극희귀 질환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건국대 병원이 알려주는 통증 부위로 보는 우리 몸 42] 극희귀 질환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
  • 건국대병원
  • 승인 2023.12.04 10:50
  • 호수 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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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병명에서 알 수 있듯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유전질환을 일컫는다. 아밀로이드가 말초신경에 축적되면서 해당 신체 부위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손발 감각이 떨어지면서 통증과 저린감이 시작되고 점차 근육이 위축되며 근력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전 세계 추정 유병률이 100만명 당 1명인 극희귀질환으로 1952년 포르투갈에서 처음 환자가 보고된 이후 스웨덴과 일본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견되며 지금까지 발견되고 있다. 이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거의 전 세계에서 보고되는 상황이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트랜스티레틴이란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변이 때문이다. 트랜스티레틴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수송하는 역할을 하며, 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비정상적인 트랜스티레틴이 만들어진다. 비정상 단백질은 불안정해서 작은 조각으로 깨지게 되고, 깨진 조각들이 엉키면서 나일론실 같은 아밀로이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밀로이드가 혈관을 타고 말초신경과 여러 장기에 쌓이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인 경우 자녀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50%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도 100% 모두 질환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어떤 요인이 증상을 유발하고 어떤 요인이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단백질 변이는 일어났으나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 복잡한 질환이기에 일반적인 유전질환과 달리 진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전질환은 보통 태어날 때부터 혹은 어려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데 비해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40~50대에 시작된다. 따라서 가족력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환자나 의료진 모두 유전질환을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의 증상은 앞서 언급한 대로 손발 저림, 기립 어지럼증, 원인 모를 설사나 변비, 체중감소, 양쪽 손목굴증후군 등으로 나타난다. 이 중 한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이라고 의심하기는 이르다. 다른 말초신경질환들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족아밀로이드신경병은 약물치료로 진행하며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다. 간이식 방법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유전변이의 경우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경구 투약 물인 ‘빈다켈’이 있다. 이는 변이 트랜스티레틴이 깨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더 이상 아밀로이드로 변화되지 않게 도와준다. 빈다켈 외 정맥주사 유전자치료제인 ‘온파트로’라는 약물도 있다.

극희귀질환을 겪으면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도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신 장기를 침범하기 때문에 힘든 증상들이 너무나 많고 또 그것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은 무력감과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된다는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도록 정기적인 상담과 진찰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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