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 장례지원, 빈집 관리도 노인일자리로
무연고자 장례지원, 빈집 관리도 노인일자리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04 15:54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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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력개발원, ‘노인일자리 아이템 공모전’ 통해 10개 사업 선정

개인회생 서류 발급 지원 등 사회서비스형 제안 많아

‘장기기증 서포터즈’, ‘자동심장충격기 관리단’ 등 다양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대전 대덕구는 공식적으로 매년 10건 내외로 무연고자 사망이 발생하지만 건수가 적어 서울의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별빛버스를 통해 장례를 치렀다. 다만 지역에서 돌아가신 망자의 장례를 타 지역에 맡기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강원 원주시 신용회복위원회 원주지부는 파산‧개인회생 신청을 위해 노인‧취약계층이 많이 찾지만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필요 서류를 재차 설명해줘도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 담당자가 함께 방문해 발급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역시 고민에 빠졌다. 

최근 대덕구와 신용회복위원회 원주지부는 해법을 찾았다.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를 활용해 무연고 사망자에 장례와 취약계층 신용회복 지원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아이디어는 올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원장 김미곤)이 11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규 노인일자리 아이템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인식 확산에 기여하고, 신노년 적합 신규 노인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해 공익형·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대상으로 아이템 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 군산시니어클럽 ‘유기동물 보호센터 봉사사업’(대상), 충북 제천시지회의 ‘똑!똑! 노-장천사’ 등 3개의 공익형 사업과 ‘시니어 119안전센터 서포터’(부산중구시니어클럽) 3개의 사회서비스형 사업이 수상한 바 있다. 

올해 공모전에는 110개의 아이템이 응모됐고 이중 10개(사회서비스형 9개, 공익형 1개) 사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먼저 대상(복지부장관상)은 대전 대덕구시니어클럽의 ‘무연고 장례 동행 서비스’와 강원 원주시니어클럽의 ‘취약계층 금융신용회복 서포터즈’ 사업이 수상했다. 

‘무연고 장례 동행 서비스’는 대덕구 주민들의 고독사 예방과 무연고 사망 발생 시 지역에서 장례를 치러드리기 위해 기획됐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이번 사업은 무연고 사망자가 나오면 부고 알림부터 장지 이동까지 이어지는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총 10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참여자들은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의 안부를 챙기는 등 고독사 예방 활동에도 나선다. 대덕구시니어클럽 관계자는 “고독사 위험이 높은 대상자들의 안부를 챙기고 무연고 사망자 발생 시 장례 동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주시니어클럽의 ‘취약계층 금융신용회복 서포터즈’는 파산‧개인회생에 나서는 사람들 중 서류를 잘 챙기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개인회생을 신청하려면 ‘개인회생채권자목록, 진술서, 재산목록, 채무자의 수입 및 지출에 관한 목록, 소득증명서’ 등 10종이 넘는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노인 또는 장애인 등 일부 취약계층이 서류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고 해서 담당자가 직접 나서서 서류를 발급해줄 수도 없다. 서포터즈는 신용회복위원회 원주지부에 상주하면서 서류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신청자들을 지원해 신용 회복을 도울 예정이다. 원주시니어클럽 관계자는 “총 4명을 선발해 오전에 두 명, 오후에 두 명씩 배치할 계획”이라면서 “준비기간을 거쳐 1월 말 경부터 10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장관상)은 전북 전주 서원시니어클럽의 ‘장기기증 생명나눔 서포터즈’, 광주광역시 남구시니어클럽의 ‘전자파 국민안심 컨설턴트’, 서울 금천시니어클럽의 ‘성인발달장애인 취업 서포터즈’, 경기 군포시니어클럽의 ‘자동심장충격기(AED) 관리단’ 사업이 차지했다. 이중 서원시니어클럽의 ‘장기기증 생명나눔 서포터즈’는 10여명을 선발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과 ‘장기기증 희망등록’ 독려 활동에 나서는 사업이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증 발급 시에 기증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 장기기증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법적으로 불가능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서원시니어클럽은 국내 장기기증 활성화와 노인일자리 사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이와 같은 아이템을 고안했다. 

이와 함께 우수상의 영예는 경기 이천시니어클럽의 ‘늘봄지기’, 대구 서구시니어클럽의 ‘시니어 빈집 지킴이’, 전북 군산시니어클럽의 ‘밀원식물 식재관리 및 관광상품화’(K-꿀벌 살리기), 대구 수성시니어클럽의 ‘시니어 병원 동행 매니저’ 사업에 돌아갔다. 

이중 공익형으로 유일하게 수상한 ‘시니어 빈집 지킴이’는 최근 농어촌과 도심에 흉물로 방치된 ‘빈집’ 문제를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빈집의 경우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을 악용해 쓰레기를 몰래 투기하거나 노숙자들이 무단 점거하는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시니어 빈집 지킴이’ 사업은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빈집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관리되고 있는 집임을 확인하는 스티커를 부착해 이러한 문제 개선에 나선다. 대구 서구시니어클럽 관계자는 “방치되고 있는 빈집 문제를 노인일자리로 해결할 수 있어 기획한 아이템”이라면서 “향후 빈집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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