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장려지원법’의 올바른 방향
‘효행장려지원법’의 올바른 방향
  • 관리자
  • 승인 2009.09.25 14:28
  • 호수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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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간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명예이사장
최근 전통적 윤리관이 붕괴되면서 효가 옛 모습 그대로 존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 즈음, ‘효행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효행장려지원법)을 제정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이 법의 제정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분들께 삼가 경의를 표한다. 다만, 이 법은 입법과정에서 효문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졸속 처리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게 됐다.

효행장려지원법에 관한 사항은 문화정책과 교육정책 두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효행교육과 병행,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효문화 확산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에는 교육 또는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규정은 있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효문화 확산을 위한 국민계도활동과 관련된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이 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복지행정을 전담하는 보건복지부다. 이 업무는 그 기본성격상 윤리와 도덕, 국민의 의식개조와 관련된 사항 등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법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당연히 문화행정을 담당하는 부서가 돼야 한다.

둘째 제6조 ‘부모 부양자가정에 대한 실태조사’, 제11조 ‘부모부양자에 필요한 비용지원’, 제12조 ‘부모부양에 적합한 설비와 기능을 갖춘 주거시설의 공급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항은 그 성격상 효행장려와 관련된 법에서 다루기보다 노인복지법에 포함시키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합당하다고 보인다. 노인복지법에서 다뤄야 할 분야까지 이 법에 규정해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셋째 이 법에는 노인을 직접 모실 입장에 있는 자녀들의 역할에 관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 효행은 자녀들의 몫인데 그들의 역할 또는 의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넷째, 전 국민을 대상으로 효행장려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효행장려를 목적으로 하는 범국민운동본부 등의 기구설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효문화진흥원의 설치, 운영만으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효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제7조 및 제8조로 규정한 ‘효문화진흥원’의 설치, 운영과 관련된 조항이다. 이 법은 ‘진흥원을 설치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으로 처리돼 있는데, 이 조항은 그 성격의 중요성을 감안해서라도 ‘반정부출연기관의 재단법인체로 구성한다’는 의무조항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다.

제14조에는 ‘효행장려사업을 하는 단체 또는 개인에 대해 비용을 보조하거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효행장려지원법’ 중에 가장 중요한 법조항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떠한 내용의 사업을 하는 단체에, 무엇을 어떻게 지원해 주겠다는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이 아쉽다. 또 시행령에 규정도 빨리 제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결론적으로, ‘효행장려및 지원’법은 제장 취지는 좋으나 내용이 지나치게 부실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 법은 시행에 옮기기에 앞서 전문가들에 의한 공청회를 다시 열어 전면적인 수정보완작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인륜질서의 재건을 위해서 모처럼 제정된 이 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는 노파심에서 이상 몇 마디 진언을 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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