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중국 수출 제한에 ‘요소수 대란 재발’ 우려… “난리 겪고도 안일한 대응” 비판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중국 수출 제한에 ‘요소수 대란 재발’ 우려… “난리 겪고도 안일한 대응” 비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12.11 09:19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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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중국 당국이 최근 한국 수출용 요소 상당량의 통관을 돌연 보류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다시 국내 요소 수급 불안 우려가 커졌다. 이번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은 지난 2021년 물류와 주요 산업이 마비 직전까지 갔던 ‘요소수 대란’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 정부와 산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12월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중국의 국내 요소 수출 물량 제한 조치로 일부 판매 채널에서 요소수 가격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현재 온라인상 요소수 거래 평균 가격은 3000~5000원 상승했으며, 국내 주유소 중 일부는 요소수가 품절인 곳도 있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요소수는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생산한 요소와 탈이온수를 합성해 만든다. 요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요소수 대란이 재연될 수 있는 이유다.

화물·트럭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 차량에 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했는데, 여기에 주입하는 것이 요소수인 것이다.

저감장치가 부착된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고 운행 중인 차량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주행 중에 멈춰서는 상황이 벌어진다. 특히 현재 운행되는 경유 화물차량 330만대 가운데 60%인 약 200만대에 저감장치가 장착돼 있어 요소수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대란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불안은 중국에 대한 요소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1차 파동이 있었던 지난 2021년 말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97%에 이르면서 사실상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부랴부랴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면서 그 비중을 66%까지 낮췄지만, 올해 다시 90%대로 되돌아갔다. 베트남과 카타르 등지로 수입선을 다변화했지만 거리가 가까운 중국산에 비해 물류비용 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수입업체들이 다시 중국산으로 눈길을 돌려서다. 낮은 가격 경쟁력과 환경 문제를 무릅쓰고 요소 자급에 나선 일본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수입 예정분까지 더해 요소 재고를 3개월분 확보해 2년 전 같은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무엇보다 우리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6, 7월 중국 요소 가격이 50%나 뛰었고, 9월엔 수출 제한 전망이 제기됐으나 당국은 “문제없다”며 소홀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대란을 피할 길이 없다. 이미 국내 주유소와 매장에서는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부 요소수 제품값이 폭등세를 빚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6일 긴급회의를 열고 6000t 규모인 차량용 요소의 공공비축물량을 두 배로 늘리는 한편 기업이 중국 외 제3국으로 수입을 다변화할 때 지원금 지급 등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를 보이는 차량용 요소 공급망 리스크는 당분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수입처 다변화 대책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선다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요소 외 배터리 핵심 소재인 흑연이나 희토류 등 희소 자원에 대한 수출 통제로 한국을 언제든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제라도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으로 요소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 설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 근본적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공급망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며 중국과의 경제외교 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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