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대를 뛰어넘는 ‘연금송’의 위력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시대를 뛰어넘는 ‘연금송’의 위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11 11:18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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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03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한 영화 ‘러브 액츄얼리’. 영국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겪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고 스케치북 고백 등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나홀로 집에’를 잇는 성탄절 영화로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에는 재기를 노리는 한물간 록스타 ‘빌리 맥’이 등장한다. 그는 극중 스코틀랜드 출신 유명 록밴드 ‘웻 웻 웻’(Wet Wet Wet)의 히트곡 ‘러브 이즈 올 어라운드’(Love Is All Around)를 ‘크리스마스 이즈 올 어라운드’로 개사한 리메이크곡을 발표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캐롤 앨범을 내고 홍보차 각종 방송에 출연한 그는 반항심 가득한 록스타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각종 기행을 이어간다. 

뿐만 아니라 섹시한 산타복을 입은 여성들과 농염한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다소 파격적인 홍보 전략을 펼친다. 그런데 그의 이런 모습은 되레 신선하게 작용했는지 인기가 서서히 상승하고, 급기야 “음악차트 1위를 할 경우 누드로 방송에 출연하겠다”는 황당한 공약도 내건다. 결국 그는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르며 재기에 성공한다.

이 작품이 개봉했을 당시만 해도 원로가수가 과거만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로 치부됐다. 그런데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 1960년대 인기가수 브렌다 리(79)가 1958년 발표한 ‘록킹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롤인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제쳤다는 점이다. 

이처럼 매년 특정 시기마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인기를 누리는 곡을 국내 대중들은 ‘연금송’이라 부른다. 든든하게 저작권료를 보장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잊혀진 계절’을 비롯해 벚꽃이 필 때마다 각종 음악차트에 오르는 ‘벗꽃 엔딩’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노래 제목과 가사에 계절 또는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연금송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브렌다 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래만 좋다면 수십년 뒤에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나이와 노래의 인기는 무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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