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나눔사업 멈췄지만, '노노케어' 정신은 이어진다
재능나눔사업 멈췄지만, '노노케어' 정신은 이어진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11 14:23
  • 호수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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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형 노인일자리 중 노노케어 큰 비중… 참여자‧수혜자 모두에 효과

시장형‧사회서비스형에도 적용… 서울 영등포구는 상호돌봄망 형성

대한노인회가 시작한 노노케어 사업에서 확장된 재능나눔사업이 2021년을 끝으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노인일자리와 지자체 사업으로 확장되며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삼척시가 노노케어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결합한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사업장의 모습.
대한노인회가 시작한 노노케어 사업에서 확장된 재능나눔사업이 2021년을 끝으로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노인일자리와 지자체 사업으로 확장되며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삼척시가 노노케어와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결합한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사업장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노인 문제는 노인 스스로 해결한다.”

지난 2013년 대한노인회는 자체 자금 5억원을 마련해 노노케어 사업을 시작한다. 노인의 고독과 무위에서 오는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당시 10개 지회에 각 5000만원을 지원해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노노케어 사업은 복지부의 재능나눔사업으로 확대돼 연 최대 300억원의 예산과 3만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1년 재능나눔사업이 비록 종료됐지만 대한노인회에서 시작된 노노케어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비롯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녹아들면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공익형 노인일자리를 통해 노노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공익형 노인일자리 60만8000개 중 5만5000여개가 노노케어로 배정됐다. 

일자리 참여자들은 독거노인, 조-손 가정 노인, 거동불편 노인, 경증치매 노인 등 취약노인 가정을 방문해 안부 확인, 말벗 및 생활 안전 점검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노노케어 사업은 실제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올해 초 발간한 ‘초고령사회 돌봄영역 노인일자리사업 고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노노케어 수혜 전후 ‘외로움, 우울 등 마음상태 개선’ 효과가 6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노노케어 사업이 노노케어 참여노인, 수혜노인 모두에게 상호 돌봄의 경험을 제공하여,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돌봄을 제공하는 노인에게는 보충적 소득보전, 사회참여 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 효과를, 돌봄을 제공받는 노인에게는 동년배와의 교류로 소외감 감소 등 정서적 측면의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삼척 ‘빨래바구니 사업’ 큰 성공

이런 효과 덕분에 사회서비스형, 시장형에도 노노케어 정신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강원 삼척시의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인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사업이다. 희망을 담는 빨래바구니 사업(이하 빨래바구니)은 홀몸·거동 불편 어르신, 장애인, 한부모 등 취약계층의 이불 등 대형 빨래를 무료로 수거해 세탁·배달해주는 사업이다.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등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끼니를 챙겨 먹기도 힘들어 두꺼운 이불 등은 빨래할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아 이를 돕는 것이다. 2020년 도계점을 시작으로 2호 원덕점, 3호 미로점을 순차적으로 열었고, 강원랜드 사회공헌재단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과 손잡고 4호 근덕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중 미로점에서는 세탁 서비스뿐 아니라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사 전달하는 구매 대행서비스와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행정안전부의 2023년 정부혁신 최초‧최고 사례 공모에서 국내 최고 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인생100반’ 사업도 노노케어 정신

10월 문을 연 서울 영등포구 ‘인생100반’은 시장형 노인일자리에도 노노케어 정신이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업이다. ‘인생100반’은 어르신들이 소규모 매장을 직접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저소득 어르신들에게 무료 식사도 지원한다. 60세 이상 참여자 36명이 6인 1조로 주 2~3회씩 근무하며, 한식 조리 자격증을 가진 참여자가 직접 음식을 조리해 판매한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전 메뉴 1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 어르신 급식지원 사업인 ‘동행식당’과 연계해 이용을 희망하는 60세 이상 고령자에게 인생100반에서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영등포구는 노인일자리 외 사업에서도 노노케어를 실천하고 있다. ‘행복마중’ 사업이 대표적이다. ‘마을 어르신들을 마중 나간다’라는 의미를 담은 ‘행복마중’ 사업은 관계가 단절되거나 위축된 어르신들을 위해 사회참여 발판을 마련하고,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상호돌봄 관계망을 형성한다.

‘행복마중’ 사업은 크게 어르신의 배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골목학교’, 재능기부로 어르신과 주민이 소통하는 ‘마을지기’, 마을 돌봄 공동체를 형성하는 ‘마을살이’로 운영된다. 

이중 ‘마을살이’는 2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하는데 누리박스(보드게임), 힐링투어(나들이), 우정사진관(사진촬영), 우정밥상(식사나눔) 등 32개의 자조모임이 있다.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으로 기획부터 참여자 모집, 운영까지 모두 어르신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해 영등포가 어르신들의 든든한 이웃이 되어 따뜻한 동행을 펼쳐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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