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웅 대한노인회 충북 영동군지회장 “단체장, 사심 버려야… 욕심 부리면 큰소리 못치고 오래 못가”
양무웅 대한노인회 충북 영동군지회장 “단체장, 사심 버려야… 욕심 부리면 큰소리 못치고 오래 못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2.15 11:11
  • 호수 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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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영동군지회장 등 50년간 16개 단체장 역임…‘영동군민 대상’

노인의 날 기념식·경로당 회장 연찬회 성황… 남은 예산 장학금으로 내놓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12월 13일, 양무웅(78) 대한노인회 충북 영동군지회장이 내민 명함 뒷면에 각종 사회단체명과 직책이 죽 나열돼 있었다. 새마을운동 영동군지회장, 민통 자문회의 영동군협의회장, 영동군 양수발전소 유치위원장, 영동군지역사회복지(보장)협의체 위원장 등등. 영동군을 이끄는 16개 단체명이 총망라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단체의 수장이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양수발전 지원협의회 위원장, 영동군 장학회 상임이사, 충북지역 개발회 위원으로 있다.

양 지회장은 “1973년 새마을금고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50년 사회활동을 해오며 단체장을 맡았다”며 “사심을 버리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누가 10만원이라도 놓고 가면 사무국장, 부장들 불러 ‘직원 회식할 때 보태라’고 건네주지. 내가 가지려고 하면 단체장으로서 큰소리 못치고, 오래 가질 못한다”고 덧붙였다.

영동군 전체 인구는 4만4200여명, 노인인구는 1만6200여명(36%)이다. 영동군지회에는 11개 읍·면 분회, 351개 경로당, 회원 1만5449명이 있다. 영동군노인복지관을 수탁·운영하고 있다.

양무웅 지회장은 대한노인회 영동군지회 감사와 부회장을 지냈다. 2023년 4월에 제17대 영동군지회장에 취임했다. 새마을훈장(2010년), 평통 공로상(2005년), 포장증(1997년), 영동군민 대상(2010년)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취임 8개월째다. 노인회 들어와서 보니 어떠신가. 

“우리가 영동군노인복지관을 수탁·운영하는 관계로 전체 직원이 40명(지회 24명, 복지관 16명)이나 된다. 한 식구이지만 융합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지회 직원 이름만 올라간 직원 조직도에 복지관 직원도 포함시켜 새롭게 만들었다. 직원 전부를 데리고 회식도 시키고, 경북 밀양에 있는 삼랑진 발전소 견학도 다녀오고. 부산여행도 다함께 갔다. 한 직원이 ‘이렇게 함께 여행을 간 게 8년만’이라고 하더라. 직원들이 단합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더 하고, 복지관 운영도 신나게 해서 어르신들 편히 지내게 하면 좋겠다.”

양 지회장은 “분회장들과 돈독한 유대 관계를 위해 분회장, 사무장들과도 회식자리를 가졌다”며 “앞으로 이사님들 회의 수당도 5만원으로 인상해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인상을 공약에 넣었다.

“전임 지회장께서 초석을 잘 다져놓아 근무 환경은 좋다. 현재 분회장, 사무장 월 20만원, 경로당 회장 월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의 경우는 하는 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전기가 안 들어오거나 TV가 고장 나면 다 고치지, 회장단 회의 꼬박 나가지, 다른 곳은 10만원 받는데도 있다. 영동군수께서도 인상을 약속해주셨다.”

양무웅 영동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양 지회장 왼편이 신승철 사무국장.
양무웅 영동군지회장(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양 지회장 왼편이 신승철 사무국장.

-노인복지관에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매일 점심 드시러 오는 어르신들이 300~400명이다. 단돈 2000원에 우리 영양사가 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다. 또 평생교육이 유튜브 영상 제작, 색소폰, 리듬댄스 등 27개 과목이나 된다. 영어도 초·중등부로 나눠 수준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충북도 사업으로 ‘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노인일자리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영동군 노인일자리를 여기서 다 관리한다. 올해 9988행복지킴이, 보육시설도우미, 환경 및 공공시설지킴이 등에 2036명이 참여한다. 전국 수행 기간 평가에서 4년 연속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경로당 시설은.

“경로당 어르신들이 좌식생활을 힘들어 한다. 군수께 협조를 구해 순차적으로 식탁과 의자를 보급하려고 한다.”

-올해 지회의 큰 사업이라면.

“제가 사회단체장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행사를 어떻게 치르는지 잘 안다. 뷔페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어르신 700여명을 모셔다 가수들 노래도 듣고, 회원 노래자랑도 하고, 윷놀이도 하며, 잔치 분위기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몇몇 단체로부터 협찬 받아 냉장고·세탁기·전자렌지 등 다양한 경품을 준비해 다 나눠드렸고, 돌아가실 때도 양손에 기념품을 안겨드렸다. 노인회에 들어온 이래 가장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모두가 흡족해 했다. 그리고 행사에서 남은 돈(100만원)도 기부했다. 영동군 역사상 노인회에서 장학금 내놓은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노인도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놓을 줄 안다는 걸 젊은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한다.”

-또 다른 사업이라면.

“그동안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 대상의 연찬회를 교육원 같은 데서 1박2일로 진행했다. 첫날은 그래도 자리가 가득 차지만 하루 자고나면 사람이 별로 없다. 일정을 하루로 단축해 두 번 나눠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등 예산을 알차고 내실 있게 집행했다.”

-연찬회 분위기는 어땠나. 

“강단에 올라 노인회 살림살이 내막을 상세히 보고했다. 노인회가 1년 예산 규모 110억원의 큰 단체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78억원의 노인일자리 예산은 은행을 통해 참여자에게 직접 전달돼 우리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복지관 직원 급여 등 운영비를 제외하면 노인회가 쓸 수 있는 예산은 10억원 조금 넘는다. 그것으로 노인대학, 체육대회 개최 등 여러 사업을 수행하는데 부족하기 마련이다. 어르신들께 좀 더 잘 해드리고 싶지만 예산 부족으로 그렇게 못하는 노인 회장 마음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부탁 말씀도 드렸다.” 

-영동군 국책 사업인 양수발전소 유치에 많은 기여를 했다.

“양수발전소는 심야의 값싼 전력을 활용해 저수지의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낮에 낙하 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영동군이 직면한 인구문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군민을 대표해 열심히 뛰었다.” 

-대한노인회와의 인연은.

“전임 지회장의 권유로 지회 감사를 맡았다.”

-현 지회장을 제치고 당선된 비결은.

“새마을사업을 28년 하면서 안면을 익힌 새마을지도자들이 다 노인회장이고 경로당 회원이더라. 절 보고 ‘반갑다’고 끌어안으며 ‘새마을 할 때 양 회장 신세 많이 졌다,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 해줬다.”

양무웅 영동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연찬회 때 ‘우리(노인들이)가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좀 가진 거 쓰면서 재밌게 살다 돌아가실 때 편하게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말씀도 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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