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1] 애정과 청력의 상관관계
[백세시대 / 김작가의 웃으면 젊어져요 11] 애정과 청력의 상관관계
  • 김재화 작가·유머코디네이터
  • 승인 2023.12.18 10:37
  • 호수 8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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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사람이 위층 사람과 층간소음으로 다투고 있다.

·아래: “도대체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요!”

·위: “아, 애가 좀 뛰는 걸….”

·아래: “쿵쿵거리지 않을 애를 새로 낳든가 이사를 가든가 하세요.”

·위: “귀에 포장 테이프를 붙이거나 이사를 가든가 하세요.”

이 모습을 보던 할아버지 한 사람이 “아이구! 부럽다, 부러워!” 하신다.

·아래: “아니, 할아버지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데, 뭐가 부러워요?”

·할배: “젊으니까 모기 체조하는 소리까지 다 들리는 거야. 우리 위층에 신혼부부가 사는데, 난 그들의 침대 삐걱대는 소리도 전혀 못 듣고 살고 있다오.” 

·위: “할아버지가 그런 소리는 왜 들으려 하세요?”

·할배: “아 젊은이들이 워낙 애국심이 강해 북한 핵개발을 걱정하는 ‘핵핵’소리를 내고 있는데, 칭찬해줘야 하잖아?”

·위+아래: “또이잉~~~” 

한 사람이 강사의 강의를 들었겠다. “비록 청력이 떨어지더라도, 내게 관심이 있으면 멀리 떨어진 사람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습니다. 10미터 전방에서 내 말을 무슨 소리인가 대충 안다면 날 상당히 사랑하고 있다는 겁니다. 5미터 전방에서 내 목소리를 못 듣는다, 사랑하는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2미터 전방에서 하는 내 목소리를 못 듣는다, 애정이 심각하게 식은 겁니다. 1미터 이내에서 하는 내 말에 아무런 대꾸가 없다,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은 완전히 박살 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아내에게 그걸 실험해볼 요량이었다. ‘요즘 마누라쟁이가 내 말에 늘 떨떠름하는 거 같단 말이야.’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집 안 주방에 있을 마누라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가 뭐야?”

그런데 밖으로 나오는 대답은 전혀 없다. 그는 “뭐 여긴 10미터 이상의 거리니까.” 하고는 이제 현관문을 열고 바로 외쳤다. “여보, 오늘 메뉴가 뭐야?”

어? 그런데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네. 5미터쯤 떨어진 셈인데…. 그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서서 주방에서 음식을 하고 있는, 3미터 거리쯤에서 아내에게 또 물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니까?!” 그러자 아내는 힐끗 남편을 돌아보며 입술만 약간 실룩이고 만다.

그는 거의 아내 곁으로 가서 외쳤다. “오늘 식사 메뉴가 뭐냐구?!” 그래도 대답을 듣지 못했다. ‘아, 거의 30센치 안에서 말한 건데….’ 그는 화가 날 대로 나서 아내 귀에 대고 악을 쓰듯 외쳤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구? 이 여편네야!!”

그러자 아내가 집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이런 멍텅구리 영감태기야! 된장찌개라고 다섯 번이나 말했잖아!!!!!!!!” 

남의 귀 의심 전에 내 귀부터 의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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