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창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지회장 “노인 사기 올리려면 문화·체육활동, 복지 등 세 가지 필요해”
권영창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지회장 “노인 사기 올리려면 문화·체육활동, 복지 등 세 가지 필요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2.22 14:25
  • 호수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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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회 발전 위해선 정관 개정, 조례 만들어야…선거제도 개선도 필요

영주시장 재임 시 노인 모두에 목욕권 지급, 경로당에 안마의자 보급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문화와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정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권영창(80) 대한노인회 경북 영주시지회장은 “노인회 사기가 떨어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와 같은 방안을 밝혔다. 즉 노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선 문화·생활체육 활동이 더욱 활발해야 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현재의 정관을 손봐야 한다는 말이다. 

권 지회장은 이어 “각급 회장 선거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인회 지원 근거를 명시한 조례 등도 만들어야 해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영주시 인구는 10만여명, 노인인구는 3만여명이다. 영주시지회에는 19개 읍·면·동 분회, 365개 경로당, 회원 1만7000여명이 있다. 권영창 지회장은 2023년 9월에 치른 14대 지회장 선거에 당선됐다. 도의원, 영주시장(2002~2006년)을 지냈다. 건설·건축재를 취급하는 고려레미콘 회장, 안동 권씨 대종회 회장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노인 문화·생활체육 활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보는지.

“현재 노인회 정관상에 문화·생활체육 촉진이라고만 돼 있다. 여기에 ‘지원’이란 말을 넣어 문화·생활체육 촉진 및 지원으로 고쳐야 한다. 거기에 다양한 문화·생활체육도 포함해야 한다. 생활체육으로는 장기, 바둑, 게이트볼 등이 있고, 문화는 노래교실, 요가, 국학 등이 있다. 이런 활동을 복지에 곁들여야 제대로 된 노인복지라고 말할 수 있다.”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현재 총회에서 바로 (지회장)을 선출하는 제도는 문제점이 많다. 이사회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사회에서 심도 깊게 심의하면 후보 난립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번 영주시지회장 선거 때 후보로 나오려는 이들이 10명을 넘었다.”

-지회장 후보가 4명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5명이 포기했고, 다른 3명은 해볼만 하다고 여겼던지 경선까지 갔다. 추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저 같은 경우 추대하겠다는 분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고, 경쟁자도 있으니 안 나올 수도 없었다.”

-바람직한 선거제도라면.

“이사회의 후보 검증 결과를 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그 안에서 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후보 난립도 사라지고, 과열 경쟁에 따른 갈등과 분열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선거 규정에 ‘30명 이상 추천 받아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선출한다’라고 바꾸려 한다.” 

-노인회장 선거는 아무래도 추대가 이상적인 것 같다.

“추대도 좋고, 한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은 사람이 선출될 수도 있다.” 

-조례 신설도 언급했다.

“정관이나 규정, 조례가 없이는 지원 받을 수 없고, 따라서 노인회가 발전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지회를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그에 따른 예산 지원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문화·생활체육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조례를 (지자체에)건의했다.”

-중앙회가 대한노인회 특별법 통과를 추진 중이다.

“생활체육활동을 특별법으로 만든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가지곤 잘 되지 않는다. 현재 대한노인회 정관상에 있는 것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영주시지회는 이밖에도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원, 직원들 처우개선 등을 조례에 넣기로 했다. 

권 지회장은 “직원들이 1년 계약직인데 그러지 말고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며 “지역에 맞는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권영창 영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기 사무국장.
권영창 영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 지회장 오른편이 김영기 사무국장.

-조례를 만들어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제가 도의원, 영주시장을 지냈다. 시의 집행부도 그렇고 시의원 대부분이 후배들인 관계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어느 시장보다도 노인복지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르신을 볼 때 부모를 떠올리면 된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우리나라도 잘 사는 나라가 됐으니 어른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장이 되고나서 전 경로당에 안마의자를 넣어드렸고, 노인 모두에게 한 달에 한 장씩 목욕권도 드렸다”

-전 노인에 목욕권 지급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그래서 처음부터 반대가 심했다. 다른 곳도 쓸 데가 많은데 꼭 거기에 몇 억씩 투자해야 되느냐고. 제가 ‘부모님 목욕을 해드려도 시원치 않을 입장이 아니냐’고 설득도 하면서 밀고 나갔다.”

-요즘 노인 무료버스 승차제가 대세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제가 영주시의회에다 ‘우리가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뒤 따라는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주시지회 행사에는 늘 공연이 빠지지 않는다.

“노인들 사기를 올리는데 문화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와 문화·체육활동, 세 가지가 이제부터 출발하게 된다.”

권 지회장은 영주시장을 한번만 역임했지만 지역에선 ‘3선 이상의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천둔치 환경개선이다. 강폭이 좁아지는 수역에서 홍수 때 강물이 범람해 강폭을 넓히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온 돌로 양편 둔치에 석축을 쌓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지인인 예천군수의 도움을 받아 강변에 10m 간격으로 벚꽃나무 4000주를 심었다. 동시에 군민 대상의 ‘1인1수(樹)’ 운동도 펼쳤다. 그 결과 15년이 지난 오늘날 해마다 봄이 되면 서천 강변의 벚꽃터널을 보러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온다. 

권 지회장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행정을 경영하듯 하라’는 책이 있다”며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경영 행정의 핵심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 행정도 그와 같이 했다”고 말했다.

-레미콘 회사 대표로 여전히 현역이다. 

“40년 전 벽돌회사를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새마을운동 당시 영주를 비롯해 예천·봉화의 벽과 지붕 슬레이트 등 주택자재 대부분을 우리가 조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사무실이 비좁아 직원들이 일보따리를 집으로 싸가지고 가 숙제하듯 해가지고 나올 정도”라며 “널찍한 공간의 사무실과 회의실, 노인 체육시설과 샤워실을 갖춘 노인회관 신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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