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색이야기 50] 조선의 왕과 고위직 신하는 홍색 관복을 입어
[한국의전통색이야기 50] 조선의 왕과 고위직 신하는 홍색 관복을 입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12.26 10:57
  • 호수 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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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동복(君臣同服)

한국사 <원본>에는 약 430가지의 전통색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적색 계통(赤‧朱‧紅)과 청색 계통(靑‧綠‧碧)이 각각 30%로 제일 많다. 한 마디로 말하면 단청(丹靑)이다. 

서양의 기독교시대 그림을 보면 주로 적색 계통과 녹색 계통이 많은데 이때의 적색은 하느님(天‧陽‧男), 녹색은 마리아(地‧陰‧女)를 암시하는 것이 많다. 

동서양 모두 하늘은 남성이고, 땅은 여성이다. 불어로 하늘은 남성명사(le ciel), 땅은 여성 명사(la terre)이다. 

우리의 전통복색에서 적색 계통은 남성, 임금과 상위 품직(品職)의 색이다. 임금의 곤룡포와 금관조복(金冠朝服: 신하의 관복)은 적(赤)-주(朱)-홍(紅)색이다. 

◎나라의 큰 의식에서 당상(堂上) 정3품 이상은 홍포(紅袍), 당하(堂下) 정3품 이하는 청포(靑袍), 참하(參下: 7품 이하)는 녹포(綠袍)를 입는다.<승정원일기> 

◎원유관(왕관)-강사포(絳紗袍: 진한 적홍색)를 입으시고 종묘의 재소(齋所)로 들어가셨다.<태조 4년> 

◎원유관-강사포 차림으로 여러 신하의 하례를 받으셨다.<태종 1년> 

◎가례의식과 흉례의식(장례로 소렴과 부묘) 때에도 강사포를 입는다.<오례의> 

◎정월 초하루와 동지에 하례를 받을 때 왕세자와 왕세손은 면복을 입고, 경하할 때에는 강사포를 입고 나온다.<고종 28년> 

◎상께서 흑포(黑袍)를 입으시고 칙사를 영접하려 하시니, 예조에서 대신의 의견으로 아뢰기를, “군신동복(君臣同服: 임금과 신하가 같은 색의 옷을 입음)이니, 홍포(紅袍)를 입으셔야 합니다.” 상께서 이르시기를, 군신동복의 잘못은 작은 것이지만 이런 때에 길복(吉服)을 입는 잘못은 큰 것이니 다시 의논하라.”<선조 25년> 

“임금과 신하가 같은 색 옷 입는다”

◎우리나라 조정신하의 복색은 태조-태종 때부터 정해진 규정이 없었는데, 성종 조에 와서 홍색(紅色)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왜란을 겪은 후 관대(冠帶)를 흑색(黑色)으로 의논해 정했는데, 시행한지 오래되지 않아 의인왕후의 국상을 마친 후 길복을 입으면서 그대로 홍색을 입게 되어 옛 습관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이전에 중국인들은 군신동복(君臣同服)이라고 비웃었다고 들었습니다.<광해 2년> 

전통적으로 중국과 조선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고려와 조선의 국왕은 황제와 같은 옷(황색)을 입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등급이 낮은 청색(靑色) 옷을 입을 수도 없으니 강색(絳色), 또는 홍색(紅色)을 입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오행이론에 근거하여 예(禮)를 숭상하는 우리나라가 홍색(赤‧朱‧紅)을 입었던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했다. 

적색 계통은 예(禮)를 상징하기도

역경(易經)에서 “적(赤)색과 주(朱)색을 남방 화(火)와 오상(五常: 인‧의‧예‧지‧신)의 예(禮)와 짝을 지은 것은 “예(禮)는 상-하의 법도를 가지런히 하고 귀-천의 차등을 분별해서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등 모든 관계를 예(禮)로써 절차를 만든다. 불(火)처럼 다섯 가지 맛(五味)을 익히고 만물을 밝게 비추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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