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한산’ 감동 잇는 ‘이순신 3부작’의 결정판 ‘노량:죽음의 바다’
‘명량’, ‘한산’ 감동 잇는 ‘이순신 3부작’의 결정판 ‘노량:죽음의 바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12.26 13:26
  • 호수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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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3대 이순신’ 열연… 임진왜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다뤄

후반 100분간 이어진 해상전투신 압권… 백윤식‧정재형 등도 호연

이번 작품은 2014년 개봉한 ‘명량’과 지난해 큰 인기를 끈 ‘한산’을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김윤석이 3대 이순신을 맡아 임진왜란 최후의 해전이었던 노량해전을 다룬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이번 작품은 2014년 개봉한 ‘명량’과 지난해 큰 인기를 끈 ‘한산’을 잇는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김윤석이 3대 이순신을 맡아 임진왜란 최후의 해전이었던 노량해전을 다룬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학익진, 거북선, 난중일기, 충무공…. 임진왜란에서부터 정유재란(1592~1598)으로 이어진 길고 긴 전쟁을 끝낸 성웅 이순신과 관계된 키워드다. 그를 상징하는 수많은 키워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신물언아사’(愼勿言我死) 즉,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이다. 죽음 앞에서도 오직 나라와 군사들의 사기를 걱정했던 그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말이다.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과 조선을 왜군으로부터 지켜낸 최후의 해전을 다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12월 20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2014년 개봉해 1761만명을 모으며 우리나라 최다 관객 동원 1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 ‘명량’과 726만명이 관람한 ‘한산: 용의 출현’(2022)으로 이어진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1598년 12월 16일 벌어진 노량해전을 다룬다. 7년 전쟁을 끝낸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로 유명한 해전이다. 

이번 작품은 왜란 발발로부터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서 철군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유언에 따라 왜군들은 순천 등지로 집결해 철수작전을 시작한다. 이순신은 이 소식을 듣고 명나라 수군 도독(군사령관) ‘진린’(정재영 분)과 함께 노량 근해에 머문다. 명나라 육군과 수륙합동작전을 펴 왜교에 주둔하고 있는 ‘고니시’(이무생 분)의 부대를 섬멸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고니시는 뇌물을 바치며 명에 화친을 제안하고 퇴로를 열어달라고 호소하면서, 통신선 1척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내심 전쟁을 끝내고 싶어했던 진린은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인다. 

고니시가 보낸 통신선은 사천 등지에 있던 ‘시마쓰’(백윤식 분)에게 도달한다. 흩어져 있는 왜의 다른 수군들의 도움을 받아 조명연합군을 협공한 뒤 퇴각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로 인해 순천의 왜군, 창선도의 왜군 사이에 조명연합군이 오히려 포위된 처지에 놓였다. 이런 고니시의 전략을 파악한 이순신은 흔들리는 진린에게 조명 연합을 깨더라도 끝까지 적을 진멸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인다. 결국 이순신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해 필사의 전략으로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고자 노량으로 향한다.

이번 작품 상영시간은 3부작 중 가장 긴 153분에 달할 정도로 이순신의 장대한 서사시를 담고 있다. ‘명량’, ‘한산’과 마찬가지로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 전투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전반부는 조선, 명, 왜 3국의 정세와 각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가진 장수들의 고뇌를 파고든다. 

이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후반부에서는 ‘이순신 3부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해전이 100여분 동안 이어진다.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선을 상대했던 ‘명량’과 거북선의 등장과 ‘학익진’으로 해상 전투의 새로운 지평을 연 ‘한산’ 못지 않은 화려한 전투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명나라의 참전으로 전투의 규모는 더욱 커진 데다가, 배의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는 충파 전술로 적의 군함을 박살내고, 왜군이 친 진의 허리를 끊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은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왜군을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이순신의 판단력과 현명한 전술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전투 후반 명나라군에서 조선군으로, 또 왜군의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이순신 장군을 비추기까지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백병전은 이번 작품의 백미다. 명량·한산대첩과 달리 밤에 치러진 전투인 만큼 전작과 다른 색감의 화면이 펼쳐진다.

놀라운 사실은 바다에 배 한 척 띄우지 않고 스튜디오 촬영과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로 전투신을 완성됐다는 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강릉스케이트장에 실제 크기의 판옥선 등 세트를 지어 촬영한 뒤 VFX 기술을 입혔다. 

이번 작품도 배우들의 호연이 빛났다. ‘3대 이순신’을 연기한 김윤석은 앞선 이순신과 결이 다른 카리스마로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1대 최민식은 ‘용장’(勇將), 2대 박해일이 ‘지장’(智將)으로서 이순신을 표현했다면 3대 김윤석은 ‘현장’(賢將)으로서 충무공을 그린다. 위대한 제독의 모습뿐 아니라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성애까지 전하며 가장 인간적으로 이순신을 연기했다는 평을 듣는다.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를 연기한 백윤식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시마즈를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잔혹함과 함께 노련한 지략, 야욕을 갖춘 지휘관을 연기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외에도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으로 분한 정재영을 비롯해 부도독 ‘등자룡’으로 등장한 허준호, 왜군 선봉장 고니시 역의 이무생, 고시니의 오른팔이자 책사 아리마 역의 이규형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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