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한 곳에서 이뤄져야… 서비스 질도 좋아져”
[신년 특집]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한 곳에서 이뤄져야… 서비스 질도 좋아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12.29 11:43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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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대화, 원격진료 등 ICT 활용하는 ‘스마트 복지’ 확산 돼야  

장기요양보험은 일본,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복지  

복지부장관·국회의원·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국민연금 기틀 마련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서상목(77)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백세시대’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지급 대상을 줄이고 지급액을 늘리는 것’보다는 노인 모두에게 주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어 “빈곤층에 해당하는 노인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해 그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대한노인회에 대해서 “100세 시대를 맞아 여러 가지 이슈가 많다”며 “‘예산만 늘려 달라’ 하지 말고 결집된 힘을 통해 비전과 선도적인 역할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 3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서 회장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거쳐 지난 2020년부터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ICSW는 1928년 파리에서 국제적십자연맹 사무총장 레인 샌드(Rane Sand) 박사의 제안으로 사회복지, 사회정의, 사회개발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 국제단체로 전 세계 65개국 109개 단체 회원을 두고 있다. 서 회장은 ‘백세시대’ 신문의 ‘금요칼럼’ 필자이기도 하다.

-국제사회복지협의회의 지난해(2023년) 주요 사업은 무엇이었나.

“여러 큼직한 일들이 많았다. 나미비아에서 사회정책과 사회보장에 관해 세미나를 했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인도적 차원의 난민 해결 방안을 논의했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도 했다.”

-ICSW의 성과라면.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해선 ICT(정보통신기술)를 복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스마트 복지’가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격차)’ 즉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사람과 잘 못하는 층(노인이나 장애인)의 격차가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엔도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선정했다. 2024년 임기(4년)가 끝나기 전에 뭔가 기구를 하나 만들어야 해 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체로 ‘글로벌스마트월드센터’를 준비 중이다.” 

-‘스마트 복지’란 무엇인가.

“위에서 말했듯 ICT를 활용해 사람들의 복지수요를 더욱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복지서비스를 말한다.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목욕을 도와주는 로봇서부터 거주지에서 의료 혜택을 받는 원격 진료까지 다양하다.”  

-‘스마트 복지’에서 노인이 할 일은. 

“ICT를 활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 ICT은 앞서 있지만 공급자 위주로 돼 있어 문제가 있다. 디지털이 공무원의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부정 수급을 막자는 취지에서 무려 800명의 직원을 쓰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그렇다. 이를 지양해 수요자(노인) 중심 토털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복지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지.

“우리의 사회보험을 보면 비효율적이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실업수당)이 각각의 빌딩을 갖고 있다. 호주는 ‘센터링크’라는 곳에서 모든 사회보험이 이뤄진다. 우리도 ‘사회보험청’(가칭)이나 ‘사회보험공단’(가칭)을 만들어 사회보험을 처리하면 공무원 수도 3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된다.”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개발도상국의 ‘동아시아모델’은 경제를 앞세우고 복지는 작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 우리가 과거에 그랬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고용 기회가 늘고 실질임금 수준도 높아진다. 즉 복지 지출의 규모와 GDP 비율 면에선 상대적으로 낮지만 실질적인 복지 수준은 괜찮은 편이란 얘기다. 특히 장기요양보험은 일본, 독일, 그리고 우리만 하는 특별한 복지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시급한 과제는.

“연금개혁과 복지 전달 체계 개혁이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국민연금은 소득이 적은 사람이 더 많이 받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는데 그걸 없애야 한다. 현재 9%의 보험료율을 20년 간 0.5%씩 올려 15% 수준에 맞춰야 한다. 소득대체율 40%도 낮다.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여전히 60%이다. 이 세 가지가 통합돼야 한다.” 

서 회장은 복지 전달 체계 개혁과 관련해 “위에 언급한 대로 수백 가지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공급자 중심으로 각자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고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를 통합해 수요자 또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개혁해야 복지 사각지대도 발생하지 않고 중복지원, 부정수급 문제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세시대 ‘금요칼럼’에서 ‘기초연금, 노인 모두에 지급’을 주장했다.

“현재 기초연금을 하위 70%에 지급하는데 그렇다면 71%에 해당되면 안 받아도 될 만큼 잘 사는 건가, 또 69%는 굶어죽는 건가. 그렇지도 않은 것 아닌가. 40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의 불만은 더욱 커진다. 처음에 아동수당을 하위 80%에게 주자고 했지만 수혜자 선별 비용을 참작해 다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다 주는 편이 낫다.”

-재원 마련은.

“있는 재원에서 하되 액수를 줄이면 된다. 진짜 어려운 사람을 위해선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있다.”

-고령화 대책은.

“요즘 노인들은 고학력자가 많다. 새로운 성장 동력인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부족한 젊은 노동력도 상쇄된다.”

-지금 보건복지부가 잘 하고 있는지.

“잘 한다고 할 수 없다. 교육부 장관이 겸한 사회부총리 자리를 복지부 장관에게 줘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힘이 있는 건 예산권이 있어서다. 노인 자살, 저출산…이 모두가 복지부 소관으로 서로 연관돼 있다. 사회부총리에게 권한을 줘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부처 장관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자를 그 자리에 앉혀야 한다.”  

-노인 빈곤을 해결할 방법은.

“노인 빈곤율이 40%가 넘는 건 창피한 일이다.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다 주고 일자리사업도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서 회장은 “제가 연금의 틀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저는 받는 연금이 없다”며 “국회의원 연금을 염두에 뒀으나 국민 여론이 안 좋아 못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ICSW 사업도 사비로 할 정도”라며 웃었다.

-복지부 장관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당시 국민건강 차원에서 규제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어 의료산업이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제가 의료연구와 신약개발 예산 항목을 만들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오송에 생명과학단지를 세웠다.”

-정치 칼럼도 쓰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진보정권보다는 잘 하는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외교·대북정책은 잘하나 스타일이 문제다. 검찰만 해서 그런지 좀 권위주의적이다. 자기에게 쓴소리 할 사람을 옆에 둬야 한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문재인 정부 이래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두고, 제2부속실을 부활해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친북목사 같은 이들의 접근을 걸러낼 수 있다.”

서상목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한노인회와 관련 덕담을 부탁하자 “100세 시대에 이슈가 많지만 ‘이슈 파이팅’ 면에선 좀 약하다”며 “예산만 요구하지 말고 결집된 힘을 통해 비전도 제시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상목 ICSW회장 프로필

▷충남 홍성 출신

▷미국 스탠퍼드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8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1993년 보건복지부 장관

▷1988~2000년(13,14, 15대) 국회의원

▷2017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2020년 (현)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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