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리더십을 기대한다-현실과 제언
대한노인회 리더십을 기대한다-현실과 제언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4.01.02 08:52
  • 호수 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회장의 독단적 운영, ‘가짜 학위 파문’ 등 어두운 소식도 이제 그만

  전국 노인지도자, 대한노인회 회원들이 진짜로 바라는 것은  

“엄청난 특혜가 아니라 보람 있는 활동과 어른으로서의 존경”

대한노인회는 창립 이래 경로당 활성화, 노인자원봉사, 취업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하며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많은 어르신들은 경로당을 통한 여가활동과 자원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는 대한노인회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웅변한다. 사진은 충남 서산시지회 이안아파트봉사단의 모습.
대한노인회는 창립 이래 경로당 활성화, 노인자원봉사, 취업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하며 지역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많은 어르신들은 경로당을 통한 여가활동과 자원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는 대한노인회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웅변한다. 사진은 충남 서산시지회 이안아파트봉사단의 모습.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이렇게 가면 안돼요. 2024년엔 대표 노인단체로서의 위상을 반드시 회복해야 합니다.”

전국의 많은 노인지도자들, 노인복지 유관 단체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대한노인회가 어수선한 가운데 2024년을 맞이하게 됐다. 대한노인회장의 독단적 운영 행태, 도덕적 문제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마이 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6만8000개에 이르는 경로당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회원수만 300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대표 노인단체이다. 

그만큼 대한노인회가 탄탄한 위상으로, 대한민국 노인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에 앞장서고, 노인사회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방향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69년 창립 이래 대한노인회는 실제로 그러한 역할을 상당부분 해왔다. 경로당 활성화,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노인취업지원 등 대표적 사업을 전개해, 노인들도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위상을 정립하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한 노인지도자의 과도한 욕심과 대한노인회법을 매개로 한 ‘혹세무민’, 총회와 이사회 등 민주적 과정을 무시하는 태도로 인해 허물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각급 회장 등 노인지도자들의 여러 우려와 함께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담아 ‘2024년 신년 제안’으로 정리해본다.

◇노인인구 1000만시대 진입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은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된다. 이듬해인 2025년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노인 인구가 급증한다는 것은 ‘노인 파워’가 더 강력해진다는 뜻도 되지만, 사회적 책무가 더 커진다는 점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현재 노인사회는 베이비부머(1955 ~1963년생)가 본격적으로 편입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이전 노인 세대보다 학력이 높고, 자산도 더 많이 보유하며, 소비성향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학계, 많은 노인 관련 단체들은 이 ‘새로운 고령층’을 어떻게 사회 속에 품고, 이 세대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펼 것인지 고심해온 것도 사실이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중심이 공익형에서 베이비부머들의 지식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전환해 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대한노인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베이비부머를 어떻게 노인사회가 수용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갈지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인지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는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서도 회원수가 정체 상태에 놓여 있는 대한노인회로서는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 회원들은 줄고 새로운 회원들이 충원되지 않는다면 갈수록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노인회가 앞장서 풀어야할 또 하나의 숙제는 ‘세대 간 상생’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노인복지 예산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고, 일자리에 있어서는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대 간 상생의 문제를 방치하면 ‘노인 혐오’나 ‘연령 차별’ 등의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한노인회는 노인 대표기관답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해법을 강구하고, 고령층 내에서의 갈등이나, 불평등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노인회의 현실

전국에는 대한노인회 중앙회 산하에 16개 연합회와 1개 특별자치시지회, 244개 지회가 있으며, 지회 산하에는 분회와 경로당이 있다.

지역 노인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힘든 상황 가운데서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애써 왔다. 지난해 5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경로당은 힘찬 부활의 시동을 걸었고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 예전처럼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다. 

전국의 노인대학도 정상화되었고, 노인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봉사정신은 지역 주민들의 칭송을 받으며 어르신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중앙에서 들리는 소식은 실망스러웠다. 중앙회장이 자랑스럽게 내세운 사회복지학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뉴스를 접하곤 어안이 벙벙했다. 

또한 서면 총회‧이사회를 남용하고, ‘대한노인회 체육회 설립’ 건처럼 중앙회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다 연합회장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제1회 시니어라이프스타일박람회를 열면서 총회와 이사회에 연초 사업계획을 전혀 보고하지 않고 진행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구성원들의 뜻과 상관없이 비민주적으로 일을 진행하면서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일을 못하게 방해한다”고 도리어 역정을 내곤 한다.

급기야는 중앙회장이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만약 공문서 위‧변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형사처벌이 불가피해 큰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노인지도자들의 제언

“지나친 수익 추구보다는 경로당 활성화 등 대한노인회 설립 취지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

A연합회장이 중앙회장의 과도한 수익사업에 대해 경계하며 밝힌 말이다.

이는 전국 대부분의 경로당 회장들과 핵심 노인지도자들이 전하고픈 메시지일지 모른다. 

B지회장은 “대한노인회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순리에 따라서 국가와 지방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면 된다”면서 “지난 3년간 대한노인회 이름을 팔아 누가 이득을 보는지 알 수 없는 사업을 펼쳐 외부로부터 ‘돈에 집착하는 단체’로 비춰지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함께, 마치 당장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노인회와 종사자들에게 큰 혜택을 베풀 수 있는 것처럼 과잉홍보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노인회법이 통과되더라도, 법안의 비용추계에 의하면 연합회장 활동비는 월 40만원, 지회장은 15만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중앙회장은 “법이 통과되면 월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혹세무민’(惑世誣民) 아닌가.

또한 김호일 회장이 대한노인회장과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을 겸직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노인지원재단(이하 재단)은 고령화 사회에 적극 대응하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노인들을 지원해줌으로써 노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노년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자 지난 2012년 5월 설립됐다. 대한노인회와는 협력‧보완 관계지만 엄연한 별도의 재단법인이다. 중앙회장의 겸직은 설립 당시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문제는 2021년 12월 김호일 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그간 재단이 대한노인회를 지원해도 모양새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원을 요청하는 단체의 장과 지원을 승인하는 단체의 장이 같아지면서 투명성이 크게 훼손된 것이다. 

C연합회장은 “지원하는 단체장과 지원을 받는 단체장이 같다는 건 상식적으로 큰 모순”이라면서 “두 단체가 존경받는 단체로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 깨끗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러 노인지도자들의 제언처럼 2024년은 대한노인회가 정상궤도를 되찾고 회원들과 일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리더십이 세워지기를 기대해본다.

조종도‧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