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경로당 회장님들의 2024년 3대 희망사항 “냉난방비 전용은 오랜 숙원, 올해는 꼭 풀었으면…”
[신년 특집]경로당 회장님들의 2024년 3대 희망사항 “냉난방비 전용은 오랜 숙원, 올해는 꼭 풀었으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02 09:30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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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 개정 시도했지만 번번히 막혀… 경로당 활성화에 걸림돌

낡은 경로당 시설기준도 문제… 보조금 정산 간편화도 실현 필요 

전국 경로당에서는 갑진년 새해에 냉난방비 전용 등 오랜 숙원이 해결되길 염원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의 한 경로당의 모습.
전국 경로당에서는 갑진년 새해에 냉난방비 전용 등 오랜 숙원이 해결되길 염원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의 한 경로당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난방 효율을 높이려고 창문을 수리하는 건데 냉난방비를 사용 못하는 건 불합리적입니다.”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은 겨울을 앞두고 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창문 수리에 냉난방비를 사용하려고 했다. 난방 관련 ‘기기’가 망가지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보일러 등이 고장 났을 시 사용할 수 있지만, 창문 수리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걸면서 끝내 운영비를 사용해야 했다. 임수성 회장은 “냉난방비 사용뿐 아니라 복잡한 보조금 정산 등 경로당 운영에 제약이 많다. 이는 결국 활성화를 막는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갑진년 새해를 맞아 경로당에서는 활성화를 위해서 크게 ▶냉난방비 전용 ▶경로당 시설기준 마련 ▶보조금 정산 간편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절감한 냉난방비를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안은 전국 경로당의 오랜 숙원일 정도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경로당은 지방비 100%로 운영비를, 국고보조금이 일부 포함된 냉난방비와 양곡비를 각각 지원받고 있다. 100% 지방비로 지원되는 운영비와 달리 국고보조금을 일부 지원받고 있는 냉난방비(서울 10%, 그 외 25%)는 남을 경우 보조금법에 따라 반납해야 한다. 다만 보조금법 제31조 4항에서는 보조사업자가 자체 노력으로 절감한 예산을 반환하지 않고 보조사업과 유사한 목적의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노인복지법, 보조금법 등에서 경로당 운영비 일부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 남은 냉난방비 등을 운영비로 전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에 국회에서도 이러한 염원을 반영해 관련법을 고치기 위한 개정안을 지속적으로 제출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5월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은 냉난방 비용을 경로당 자체 노력으로 절감한 경우 이를 경로당의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강기윤 의원 등이 발의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하 강기윤법), 박수영 의원 등이 제출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번번히 문턱을 넘지 못하며 좌절되고 있다.

경로당 시설기준 마련 역시 시급한 해결과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택법과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의2(주민공동시설)에 따라 150세대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는 주택 단지에는 주민 공동시설로 경로당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노인복지법 제36조와 37조,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등을 통해 경로당을 노인복지관 등과 함께 노인여가복지시설로 규정하고 국가와 지자체에서 이를 설치하고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기능별 특성을 갖춘 표준 모델 및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상당수 경로당이 협소한 공간 탓에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워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10평 미만 경로당이 500개에 달한다. 이곳에선 앉아 있기도 버겁고 여가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경로당 시설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경로당 시설기준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6조에 규정돼 있다. 1998년 전부개정을 통해 처음 등장한 경로당 시설기준에는 거실 또는 휴게실, 화장실, 전기시설을 설비하도록 정했고 거실 또는 휴게실은 20㎡ 이상으로, 화장실은 대변기 수의 3분의 1 이상을 좌식 양변기로 설치하도록 했다. 문제는 2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이 규정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노인복지관 시설기준에는 프로그램실이 추가되고 오락실에는 컴퓨터를 설치하게 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경로당은 화장실 설비 기준이 삭제된 것밖에 없다.

이에 노인회에서는 변화한 시대상에 맞춘 새 시설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시설기준에 노인복지관처럼 ‘설비시설’을 보다 세분화해 ‘프로그램실’, ‘식당’, ‘부엌’ 등을 추가해야 한다. 경로당을 찾는 가장 큰 목적이 프로그램과 식사이기 때문에 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각 설비시설의 기준도 20㎡ 이상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적게는 10명 많게는 30~40명이 매일 찾는 만큼 이들이 쉬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 확보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경로당의 역할은 커졌지만 시설기준 미흡으로 같은 지역 내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한 시설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조금 정산의 간편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경로당은 지방재정법 등에 의거해 운영비 및 냉난방비를 지원받고 있다. 또한 해당 법에 따라 매년 사용한 보조금에 대한 정산을 진행한다. 문제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평생 회계와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데다가 70, 80대 고령인 경우가 많아 정산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정산 과정에서 ▷세부항목 기입 누락 ▷물품 구입시 구입 항목이 표시된 견적서 등 미첨부 ▷난방비를 운영비로 사용 ▷영수증 관리 미흡 등의 실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보조금 정산 간소화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영수증을 카드명세서로 대체하고, 회계도우미 및 전산회계프로그램 도입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금전출납부를 손으로 쓴 후 통장과 대조해 금액이 일치하는가를 따지는 큰틀에서 정산 과정을 유지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한 노인회 관계자는 “지역별로 정산 방법이 조금씩 달라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각 지역별로 간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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