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용두사미(龍頭蛇尾)
[디카시 산책] 용두사미(龍頭蛇尾)
  • 관리자
  • 승인 2024.01.02 10:18
  • 호수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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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龍頭蛇尾)

아직은 땅이에요 기어다니죠

 

발톱이 생길 때까지

날개가 달릴 때까지

폭풍우 치는 밤이 올 때까지는


갯벌에 긴 상흔이 만들어졌다. 물결이 흐르다가 만든 것이지만 어쩐지 뱀의 등뼈 같기도 하고 용의 등뼈 같기도 하다. 뱀은 발톱도 날개도 없다. 이무기가 천 년이 지나야 용이 된다는 설화를 떠올려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용은 폭풍우 치는 밤 번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때 발톱이 생겨나고 날개가 달리고 여의주를 얻어 비구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런 천 년이나 수련한 이무기도 때로는 용이 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사악한 마음을 먹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가장 순결한 마음의 상태에서 갖는 힘, 그렇게 얻은 힘으로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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