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해외 메디컬 리포트 “80세 이상은 건강검진 할 필요 없어”
[신년 특집] 해외 메디컬 리포트 “80세 이상은 건강검진 할 필요 없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02 13:44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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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정신과 전문의 조언‘고령자의 지혜로운 건강법’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일본인 의사 와다 히데키(61)는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은 직장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건강검진을 덜 받은 여성들보다 평균수명이 짧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80세 이상은 건강검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85세 이상 누구에게나 암과 뇌 이상이 발견됐다”는 말도 했다. 그의 저서 ‘80세의 벽’(한스미디어)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해 싣는다.   


 수치는 사람마다 달라… 정상수치 맞추려다 오히려 건강 해쳐

매년 85세 이상 유해 100명 부검… 모두에 암 발견, 뇌 이상도

“80세 이상은 건강검진 할 필요 없다.”

도쿄대학 의학부를 나와 35년간 노인 전문 정신과 의사로 60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 일본인 의사 와다 히데키의 말이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며 건강검진을 많이 받은 일본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현상을 접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건강검진이 장수로 이어진다면 남녀의 수명은 역전되었을 법한데 오히려 남녀 간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며 “결론적으로 건강검진이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검진의 기준이 되는 정상 수치가 정말로 정상인지는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며 “어떤 수치가 정상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수치를 정상에 맞추려고 약을 먹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잔존 능력을 잃거나 수명을 단축하는 예도 있다고 했다.

와다 히데키는 “건강검진은 60대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80 넘은 고령자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며 “정상치라도 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비정상치라도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치가 나쁘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근거 또한 없다. 80세가 넘어서도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그 자체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를 보지 않고 수치만 보고 진단을 내리면 어떻게 될까. 환자는 지금의 건강과 기력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밌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하나는 병원에 가지 않을수록 오래 산다는 사실이다. 2020년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큰 폭으로 줄었다. 대부분 ‘코로나에 걸리고 싶지 않다’며 웬만한 정도는 참았다. 고령자에게서 그러한 경향이 더 많이 보였다. 그 결과 뜻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야 죽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병원 문 닫자 사망률 오히려 ↓

두 번째는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시의 사례이다. 주민의 절반이 고령자로 일본에서 고령화율 1위로 알려진 도시이다. 이곳에서 병원은 목숨을 지키는 생명선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2007년 시 재정이 파탄 나 하나밖에 없던 시립종합병원이 문을 닫고 조그만 진료소로 대체됐다. 전문의도 없어졌고, 주민들은 걱정했다. 

그러나 중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증가하지 않았고, 사망률도 높아지지 않았다. 암, 심장질환, 폐렴 등 3대 사망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이 감소했다. 고령자 한 사람 당 의료비도 줄었다. 병상 수가 줄어 걱정했으나 오히려 남아돌았을 정도다. 

와다 히데키는 노인전문병원 요쿠후카이 병원에 근무할 때 매년 고령자 유해 100구를 해부했다. 그 결과 85세 이상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암이 발견됐다. 

그는 “몸속에 심각한 질병이 있음에도 생전에는 알지 못한 채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일반적으로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필수조건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암도 있고,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암도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암의 진행이 느려지므로 그냥 내버려둬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생각 보다 많다. 

이 사실로 유추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바로 80세 이후에는 참지 말고 살자는 것이다.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식사를 제한하고, 좋아하는 술이나 담배를 삼가는 분위기이지만, 80이 넘으면 몸속에 이미 암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암에 걸리지 않으려고 참는 행위는 의미가 없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을 먹고 마시는 편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사는 방법이라고 했다.

◇80세 이후 병은 완쾌 안 돼

실제로 암을 무리하게 절제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기보다, 원하는 일을 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는 편이 면역력을 높인다. 그리고 이것이 암의 진행을 늦춘다고 알려져 있다.

와다 히데키가 해부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85세가 넘은 모든 고령자의 뇌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알츠하이머형 뇌 변성이다. 인지장애는 병이라기보다는 노화 현상에 가까워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기는 증상이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피부에 주름이 잡히고 흰머리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와다 히데키는 “죽을 때까지 인지장애를 겪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인지장애가 발현되기 전에 사망했을 뿐”이라며 “좀 더 오래 살았다면 틀림없이 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와다 히데키는 끝으로 “80세가 넘으면 병은 완쾌되지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가도 좋지 않은 부분들이 잇달아 나타난다. 이것이 ‘나이를 먹는다’ 는 말의 실상”이라고 했다.

다음은 와다 히데키가 가르쳐주는 ‘고령자의 지혜로운 건강법’이다.

▷수치에 전전긍긍하지 말라

혈압, 혈당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동맥경화에는 효과적이지만 신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암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80세 이상 부검 결과 누구에게나 동맥경화가 발견됐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예방적 치료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혈관이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혈압을 떨어트려 혈류의 세기를 둔화시키면 혈액이 정체된다. 이렇게 되면 혈액 내의 산소나 영양성분이 전신의 세포에 다다를 수 없다. 가장 손상이 심한 부위는 뇌이다. 그러므로 동맥경화가 발생한 후에는 오히려 혈압이나 혈당치를 약간 높게 조절해야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싸우기보다 길들이기

본래 암이란 자신의 세포가 변성하여 ‘암화’한 것이다. 그러니 “네 녀석한테 지지 않아”라고 싸워봤자 사라져주지 않는다. 몸 안에 여러 암세포가 있기 때문에 운 좋게 하나를 무너트려도 다음 적이 등장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수술이나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과 저항력이 떨어져 다른 병에도 걸리기 쉽고, 몸 안의 다른 암의 진행을 촉진시킨다. 따라서 고령자에게 권하는 것은 병과 싸우기가 아니라 병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이다.

▷대형병원보다 ‘동네 의사’를… 

80세 이후에는 대형병원의 전문의보다는 ‘동네 의사’가 주치의로 적합하다고 본다. 전문의는 고령자에 대한 진료 경험이 많지 않아서 고령자 진료의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의사의 진료 기준은 검사 수치이다. 약을 처방하여 정상치에 맞추는 진료를 치료라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반드시 환자의 몸에 무리를 준다. 고령자 진료의 기본은 개인 맞춤형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 상태나 신체 기능에 개인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성욕을 부정하지 않는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성생활을 하는 편이 좋다. 79세의 남성이 “여전히 자위를 한다, 나는 비정상인가”라며 걱정하는 것을 봤다. 내 판단은 이렇다. “그것은 정상이다. 멋진 일이다. 풍부한 남성 호르몬은 판단력이나 근력을 높여 젊음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나만의 명의를 찾아라

의사를 선택할 때 환자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80세를 맞는 고령자에게 병원과 의사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진료 받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게 하거나 심리적 피로를 들게 하는 의사라면 궁합이 맞지 않다는 뜻이니 다른 곳을 알아보자. 병원과의 궁합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알 수 있다. 분위기가 밝다면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는 증거이고, 반대로 어딘가 모르게 어둡다면 피해야 한다. “저 의사가 내 마지막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면 최고의 궁합이다.


와다 히데키 (和田秀樹)

1960년 오사카 출생. 1985년 도쿄대학교 의학부 졸업. 도쿄대학부속병원 신경정신과 연구원과 미국 칼 매닝거 정신의학대학교 국제연구원을 지냄. 현재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 정신과 전문의로서 심리학을 비즈니스에 접목시킨 비즈니스 심리 분야의 일본 최고 권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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