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트렌드 코리아 2024’ 키워드 “따라하는 소비 늘고, 청년사회까지도 돌봄경제 확대”
[신년 특집] ‘트렌드 코리아 2024’ 키워드 “따라하는 소비 늘고, 청년사회까지도 돌봄경제 확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02 13:49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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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초까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분초사회’ 가속화 

자극적 즐거움 쫓는 ‘도파밍’, 기성세대와 다른 ‘없던아빠’ 등도 부상

그림=게티이미지뱅크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영화‧드라마 등 5만편의 방대한 콘텐츠 중 시청할 영상을 찾지 못해 정보가 나열돼 있는 목록만 살펴보다 포기하는 일을 말한다. 이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배달의민족 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 배달의민족 등에서는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유튜브의 경우 시청 내역을 토대로 흥미를 가질만한 영상을 빠르게 접하도록 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시장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이러한 현상을 ‘디토소비’로 명명했다. ‘나도’라는 뜻을 가진 디토(Ditto)에서 착안한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 등을 추종해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2024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자리잡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2024년 트렌드로 △분초 사회 △호모 프롬프트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아빠 △리퀴드폴리탄 △디토소비 △돌봄경제 등을 꼽고 있다.

이중 분초사회란 시간이 소중한 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경향성이 증대된 사회를 뜻한다. 1분, 1초를 아까워하는 사람이 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며 폰을 만지고 신문을 보는 등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 태스킹을 선호한다. 그리고 10분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1분 단위로 약속을 잡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의 가성비’를 극도로 중요시하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프롬프트는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간이 던지는 질문을 뜻한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공 지능 기술에 익숙하고 이를 통해 정보를 찾아내거나 문제 해결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절대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예술 분야까지 범위를 넓혔다. 진짜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히 대체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인공지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결과물을 판단하고, 보다 발전하고자 하는 호모 프롬프트의 역량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파밍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도파민(dopamine)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것을 뜻하는 파밍(Farming)을 결합한 단어로, 특정한 목적이나 의미가 없어도 그냥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점점 자극적인 쾌락을 좇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도파민은 익숙해진 자극에는 나오지 않고 새로운 자극에만 분비된다. 그렇기에 도파밍을 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짜릿함을 느끼거나 상식 밖의 상황에서 일탈 행동을 하며 해방감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세로토닌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명상, 타인을 돕는 행위 등 차분한 일을 할 때 분비되는 물질로 자극적인 도파민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세로토닌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몇 해 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정치적 올바름’은 우리나라 가정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맞벌이가 흔해지며 남자들도 가사 노동에 동참하고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즉, 기성세대에게는 낯설었던 육아 마인드를 갖춘 없던아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6시 신데렐라’를 자처하는 ‘없던아빠’의 등장은 소비 풍경도 바꾸고 있다. 냉장고나 청소기 등 살림에 필요한 가전은 여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남성 구매자의 비중도 굉장히 높아졌고 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지방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광역 교통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유목적인 생활을 하는 소비자가 느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정주인구보다 관계인구에 방점을 찍은 유연도시 리퀴드폴리탄이 주목받는다. 리퀴드는 ‘액체’란 뜻으로, 리퀴드폴리탄은 도시가 액체처럼 흘러넘치고 유동적인 형태를 띄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강원 양양군을 들 수 있다. 양양군은 인구 감소 지역이지만 서핑 성지로 인기를 끌면서 주말만 되면 양양 인구의 1.6배에 달하는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균형 발전과 지역 소멸을 우려하는 시대에 리퀴드폴리탄은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돌봄경제 역시 새해 화두로 떠오른다.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돌봄의 중요성도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돌봄은 가정에서 이뤄졌지만 핵가족화, 맞벌이 등으로 인해 가족조차 돌보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돌봄을 ‘복지’의 측면이 아닌 ‘경제’의 영역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고령자나 영유아 등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돌봄에서 확장돼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층의 마음을 돌보고,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게 돌보는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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