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넘은 다섯 어르신 지리산 천왕봉 등정
고희 넘은 다섯 어르신 지리산 천왕봉 등정
  • 연합
  • 승인 2009.10.09 14:07
  • 호수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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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산청군 신안면 중촌리 산성마을에 사는 박노윤(72·왼쪽)·이주상(71·왼쪽 두번째)·이병록(82·왼쪽 세번째)·이병덕(91·앞줄 왼쪽)·권순열(85·앞줄 오른쪽)씨 5명이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m)을 등정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추석명절을 보름 앞둔 9월 18일, 경남 산청군 신안면 중촌리 산성마을 마을회관이 떠들썩했다.
한 노인이 “올 명절에 고향에 오는 자식들에게 자랑해야지”라며 너털웃음을 치자 앞에 앉은 다른 노인이 “아니야, 자식들이 걱정해”라고 만류했다.

9월 11일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m)을 등정한 이병덕(91)·권순열(85)·이병록(82)·박노윤(72)·이주상(71)씨 등 노인 5명의 대화다.

젊은이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로 한 것은 ‘죽기 전에 지리산 천왕봉에 가보자’라는 고향 형 이병덕씨의 제안에 따른 것.

등정 당일 오전 6시 지리산 아래 중산리에 모인 이들의 모습은 남루하기 짝이 없었다.
등산배낭은 말할 것도 없고 등산화나 등산조끼 같은 기본적인 장비조차 갖추지 않았다.
중절모에 운동화를 신고 한복 바지나 신사복 바지, 아니면 평소 집에서 입던 나들이용 점퍼가 준비물 전부였다.

같은 마을 김경란(50·여)씨를 길라잡이로 5명의 노인은 경남자연학습원~법계사~천왕봉 코스를 택했다. 4.8㎞로 비교적 짧은 코스지만 가팔라 젊은이들도 쉽게 택하지 않는 코스다.
노인들은 나무지팡이를 들고 등산하면서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젊은 등산객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병덕씨는 헐렁한 한복 바지가 자꾸 흘러내려 애를 먹었다.
9시간에 걸친 등정 끝에 천왕봉에 5명 모두 도착하고서 사진도 찍었다.
마을 노인들의 천왕봉 등정 소식은 마을주민들에게도 희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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