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천년 동안 활용할 국가적 자원
[심천칼럼] 천년 동안 활용할 국가적 자원
  • 관리자
  • 승인 2006.09.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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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인 오락으로 이름이 높았던 화투놀이 ‘고스톱’이 경로당에서는 지금도 인기다. 꼿꼿하게 앉아 손으로 화투를 내리치고, 머리 속으로 전략을 짜고, 승부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때마다 노인들의 두뇌에서 몸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고스톱을 치는 것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운동능력을 좋아지게 한다는 것은 웬만하면 다 아는 상식이다.


전국의 경로당은 5만4000여 개. 도시의 아파트단지이거나 산간마을이거나 반드시 하나씩은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기관·단체의 하부조직의 수가 이렇게 많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를 부동산 가치로 환산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년 인구는 440만여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앞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게 돼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건강을 추구하는 생활문화로 사람들이 별로 늙지 않고 오래 살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부양해야 할 노년 인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사정이 어려워지면 착한 사람도 모진 마음을 먹기 마련이다. 장수하는 것을 사회적 재앙으로 여겨지 않을지 걱정되는 대목이다.


경로당이 말단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경로당에는 물질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또 다른 엄청난 자산이 있다.

 

바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적 자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되게 하기 위해 피땀 흘린 경험과 지혜가 경로당 노인들에게 있다는 얘기다. 이것을 활용하는 것은 사회적인 부의 창출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노·장·청(老長靑)이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경로당을 중심으로 풀뿌리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을 제안한다. 경로당을 활용하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으면 한다.

 

달랑 방 한 칸뿐인 시골 마을회관 경로당도 있고 몇 층 건물을 쓰는 경로당도 있지만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경로당이 지역사회의 번영과 안전을 주도하는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사회에 봉사하는 자세로 성공한 사람들과 저명한 사람들, 그리고 뜻있는 사람들이 경로당에 연고의식을 가져주어야 한다. ‘건강 고스톱’을 즐기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주민들의 삶의 질에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24시간 경로당을 개방할 수 있는데 딱히 할 일도 없는 노년세대 아닌가. 무엇을 못 하겠는가. 건강체조, 무료교양강좌, 명사와의 대화 등 경로당과 노인들이 주선하고 베풀 수 있는 일들이 부지기수다. 비정부기구 활동도 의미 있지만 풀뿌리사회에서 이런 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통반장 업무공간은 없어도 경로당은 공간이 있지 않은가.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가평군지회와 산하 북면분회를 둘러보며 가져본 생각이다. 5만여 인구의 군(郡)단위 노인회 지회로 4층 건물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지역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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