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개 저작물 된 초기 미키마우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공개 저작물 된 초기 미키마우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08 10:51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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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해 4월 국내에서 ‘곰돌이 푸: 피와 꿀’이라는 다소 해괴망측한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곰돌이 푸’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로 황당한 스토리와 현저히 떨어지는 완성도로 큰 비판을 받았다. 대중은 곰돌이 푸라는 지적재산권(IP)에 기댄 ‘망작’이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놀랍게도 후속작이 제작 중이라고 한다.

곰돌이 푸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건 2022년 저작권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1월을 기점으로 또 하나의 유명 캐릭터의 저작권이 끝난다. 1928년 제작된 초대 미키마우스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 반 바지에 흰 장갑을 낀 미키마우스는 여전히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증기선 윌리’에 등장했던 미키마우스는 흑백으로 다리가 길고 얼굴이 작은 모습으로 돼 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되면서 ‘공개 저작물’이 됐다. 공개 저작물이 되면 누구든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되거나,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할 경우 공개 저작물이 된다.

처음 30년이었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 보호 기간에 맞춰 계속 연장됐다. 50년, 75년으로 늘어나던 저작권 보호 기간은 1998년 제정된 ‘소니 보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바뀌었다. 우선 1978년 1월 1일 이전에 창작된 저작물은 최초로 저작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95년간 존속된다. 또 1978년 1월 1일 이후 창작된 저작물은 저작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70년 동안 저작권을 인정받게 된다.

실제로 미키마우스도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관련 게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게임 개발사인 ‘나이트메어 포지 게임스’는 미키마우스를 기괴하게 그린 ‘인페스테이션88’이란 공포 게임을 선보였다. 또한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등장시킨 공포영화 ‘미키스 마우스 트랩’(미키의 쥐덫) 예고편도 공개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21세 생일날 늦은 밤까지 놀이공원 오락실에서 일하는 여주인공을 위해 친구들이 깜짝 파티를 준비하지만, 미키마우스 가면을 쓴 살인마가 나타나 그들을 상대로 게임을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공포심을 조장하는 캐릭터로 탈바꿈시키는 발상은 흥미롭다. 다만 캐릭터의 인기에만 기대는 형편없는 작품들이 쏟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공개 저작물 전환으로 되레 더 사랑받는 캐릭터로 바뀌는 시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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