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 대한노인회 대전 서구지회장 “경로당 찾아다니며 회장께 생일 선물 드려…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김병구 대한노인회 대전 서구지회장 “경로당 찾아다니며 회장께 생일 선물 드려… 인간적으로 가까워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1.19 11:14
  • 호수 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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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회장·총무 활동비 10만원 등 8가지 공약 실천… “보람 느껴”

새벽에 직접 어려운 이웃에 연탄 300장 배달도… “아직 체력 있어”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경로당 회장과 회원들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지회가 있다. 대전 서구 계룡로에 위치한 대한노인회 서구지회 사무실에 들어서면 복도 왼쪽 벽면을 가득 채운 현황판이 반긴다. ‘경로당 회장 명단’이라는 큰 제목 아래 동별로 213명의 경로당 회장 얼굴 사진과 이름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다. 

지회가 경로당과 회장의 존재를 중시하며, 노인 복지와 권리 증진을 우위에 놓고 모든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 노인회에선 보기 드문 현황판이다.  

김병구(76) 서구지회장은 “‘경로당 회원이 있기 때문에 경로당 회장이 있고, 경로당 회장이 있기 때문에 지회장이 있다’는 말을 직원들에게 하곤 한다”며 “경로당 회장과 회원들의 행복과 복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어르신을 섬기겠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액자를 더 견고하고 품위 있게 만들고, 사진도 최근 것으로 교체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서구 구민은 46만4700여명으로 노인인구는 6만3000여명이다. 대전 서구지회에는 213개 경로당, 회원 9000여명이 있다. 김병구 지회장은 대덕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충남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대전시 노인장애인복지과장 등 43년 간 공직생활을 거쳐 충효국민운동 충청지역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구지회 사무국장을 거쳐 지난 2020년 11대 서구지회장에 선출됐고, 2023년 12월 21일에 치른 12대 지회장 선거에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녹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장관 표창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재선을 축하드린다. 압승(68.7%)의 배경은 무언가.

“우리 경로당 회장님들께서 저를 4년 간 지켜봐주시고, 저에 대한 믿음으로 밀어주셨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공약을 다 실천하셨나 보다. 

“7가지 공약을 다 이뤘다. 경로당 한 곳 당 150만원씩 지원해 TV·김치 냉장고 등 집기를 교체하거나 구입했다. 그리고 경로당 회장 활동비(1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그 전에 5만원씩 드리다 작년에 인상한 것이다. 더 보람을 느끼는 건 실질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총무에 대해서도 활동비(10만원)를 드리게 된 점이다.”

이철연 대전연합회장과 대전의 5개 지회장들이 대전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경로당 회장에 대한 활동비 인상을 요청했고, 시장이 이에 적극 협조한 결과라고 한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과 총무를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경로당을 관리하게끔 했고, 그분들이 한 달에 4번 활동일지도 작성한다”고 말했다. 

김병구 서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여한구 사무국장.
김병구 서구지회장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오른편이 여한구 사무국장.

한편 경로당 회장과 총무가 같은 액수의 활동비를 받는 건 회장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지적에 따라 회장 활동비를 20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지회에 내는) 경로당 분담금을 4만원에서 3만원으로 1만원을 인하했다.

김 지회장이 경로당 회장을 지극 정성으로 섬기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바로 생일축하선물 전달이다.

-경로당 회장들 생일도 챙긴다고.

“음력과 양력으로 생일을 파악해뒀다가 미역과 찹쌀 등 3만원대의 선물꾸러미를 들고 사무국장이 운전하는 지회 승합차를 타고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 전달하면서 박수도 쳐드린다.”

-213명에게 일일이 생일선물을 전달한다니.

“작년까지 전 경로당을 두 번 돌았다. 경로당 회장들과 가깝게 접촉할 기회가 드문 현실이라 이런 일이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가급적 회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축하선물을 드리면 본인은 물론 회원들도 어떻게 그걸 알고 왔나 깜짝 놀란다. 자녀들도 잊고 챙겨주지 않은 생일을 기억해줘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는 회장님도 계시고….”

이 생일꾸러미 전달은 비록 작은 일 같지만 받는 사람으로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된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여한구 사무국장은 “노인회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앞으로 회원들을 더 잘 모시겠다는 각오도 새롭게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지회는 ‘경로당 챙기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자원봉사단체 ‘대전봉사체험교실’(회장 권흥주)의 협찬을 받아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에 식품과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제가 아직 체력은 있어 직접 새벽에 봉사자들과 함께 어려운 가정을 방문해 연탄 봉사를 한다”며 “그날은 300장 정도를 나른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에 돼지등뼈를 50박스, 100박스씩 얻어다가 전 경로당에 갖다드려 어르신들이 우거지를 넣고 맛있게 끓여 드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노인일자리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일자리전담 직원 4명이 경로당급식도우미, 교통안전지킴이 등 참여자 508명을 관리한다. 일주일에 세 번, 기초수급자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 30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행복나눔도시락’도 있다. 오늘 마침 오전과 오후 두 번 나눠 발대식을 치렀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노인장애인과장 시절 어르신들 복지 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현재 대전연합회 회관이 전에 도청 광업사업소였다. 그걸 허물고 새로 지을 때 준비 과정서부터 관여했다. 착공만 못하고 설계까지 보고 나왔다.”

-공직 경험이 지회 운영에도 도움 될 것 같다.

“시청과 구의회에 있는 후배들의 협조가 잘 된다. 대신 그쪽 사정도 잘 알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다.”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다.

“공직 생활 마칠 무렵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가족상담사 등 6개를 따놓았다. 노인회에 와서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된다(웃음).”

김병구 서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현재 지회가 다 사용하는 2층 건물은 과거 국비로 지은 관계로 복지관으로 돼 있다”며 “노인회 단독건물 신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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