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삶의 일부
AI스피커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삶의 일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2 14:38
  • 호수 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들 삶 속으로 더욱 파고드는 AI

AI스피커, 고독사 예방효과 커 지자체 중심 독거노인에 보급 확대

CCTV도 인공지능 접목 실종자 빨리 찾아… AI청춘사진관도 인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AI스피커를 비롯해 어르신 일상생활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에서 AI기술을 이용해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한 청춘사진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AI스피커를 비롯해 어르신 일상생활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에서 AI기술을 이용해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한 청춘사진관.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14년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강제로 요양원에 입소하게 될 위기에 처한 ‘오말순’(나문희 분)이 우연히 ‘청춘사진관’에 가서 영정사진을 찍고 20대로 돌아가는 마법같은 경험을 하는 이야기를 다뤄 866만명이 관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 12월 서울 도봉구에서는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청춘사진관’이 문을 열었다. 도봉구가 운영하는 ‘청춘사진관’은 어르신들이 옛날 교복, 개화기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은 뒤 AI(인공지능) 기술로 젊은 시절 사진으로 바꿔주는 사업이다. 사진관을 찾은 강경자(75) 어르신은 “이렇게 예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AI기술을 이용해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한 모습. 왼쪽이 원본, 오른쪽 사진이 AI 처리한 사진.
AI기술을 이용해 젊은 시절 모습을 재현한 모습. 왼쪽이 원본, 오른쪽 사진이 AI 처리한 사진.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와 관절이 움직이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하며 AI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가운데 어르신들의 실생활에도 인공지능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현재 어르신들과 가장 친숙한 건 AI스피커다. AI스피커는 기존의 스피커에 AI(인공지능) 기능을 더한 스피커로 음악감상이나 라디오를 청취하는 기능 외에도 시사‧복약지도 등 생활 관리를 돕는다. 또한 감성대화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르신의 감정을 분석해 치매와 우울증, 자살, 고독사를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지자체에서도 ‘마포동이’(서울 마포구), ‘장생이’(울산 남구), ‘빠망’(전북 진안군) 등  지역 캐릭터로 만든 인형 안에 AI스피커를 탑재한 AI 돌봄인형을 취약계층 독거노인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런 AI스피커는 어르신 생명을 구하거나 치매 이환율(경도인지장애 단계였다가 치매를 확진 받은 비율)을 낮추는데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12월 13일 경기 양주시 옥정동에서 혼자 살던 80대 A어르신이 집 화장실에서 넘어져 위태로웠지만 AI스피커의 긴급 위기 상황 시 호출 기능을 떠올리며 “아리야(AI스피커), 살려줘”를 외쳤다. 구조 요청은 곧장 119로 전달됐고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경북 구미시, 경남 산청군 등서도 어르신들이 AI스피커를 통해 생명의 위협에서 탈출했다. 

또 SK텔레콤이 지난달 “본사 AI스피커 기반 기억 훈련 프로그램 ‘두뇌톡톡’이 노인 치매 이환율을 낮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21년 6월부터 2년간 부여군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사회성과보상(SIB) 사업을 진행하며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자를 대상으로 인지 치료와 두뇌톡톡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사업 평가 기관인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에 따르면, 사업기간 동안 경도인지장애 노인 30명 중 약 1명만 치매가 진행돼 치매 이환율은 3.24%로 집계됐다. 연간 치매 이환율이 약 15%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이다.

이러한 AI의 영향력은 노인들의 다양한 활동에도 점차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1월 13일 ‘AI CCTV 기반 실종자 고속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통상 아동이나 치매노인이 실종됐을 때 3~24시간의 골든타임이 지나면 찾을 확률이 현격히 떨어진다. 이 시스템에 실종자의 사진과 인상착의 정보를 입력하면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유사 이미지를 찾아낸다. 동시에 실종자가 인식된 CCTV를 통해 이동 경로가 파악돼 신속한 골든타임(초기 대응 시간) 확보가 가능하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고속 검색 시스템이 실종자를 빠르게 찾는데 많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도 CCTV를 이용한 주민생활안전 증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어르신들의 요구를 반영한 AI 활용 강좌를 늘리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 방배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스마트 인공지능 학교’를 운영했다. 이 강좌에서는 챗GPT기반 생성형 AI인 ‘뤼튼(Wrtn) 4.0’을 활용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인공지능학교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손주 선물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입력한 후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추천 받는 등 뤼튼 4.0과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발전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채영란 어르신은 “뉴스를 보니 생성형 AI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면서 “실제로 써보니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