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준비됐나요? ➍] ‘간병 지옥’ 탈출 아직은 요원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준비됐나요? ➍] ‘간병 지옥’ 탈출 아직은 요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9 09:13
  • 호수 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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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간병비 연간 10조원 규모 추산… ‘간병 살인’ 발생하는 상황

정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계획 발표… 재정 확보가 문제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1월 17일 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집을 수색하던 중 그의 80대 부친이 방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홀로 오랜 시간 간병하던 A씨가 부친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1차 시범사업’ 예산을 시작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체 병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 예산도 겨우 확보한 데다가 본 사업 재원 마련 방법 논의는 미뤄지는 등 간병 문제 해결은 아직까지 요원해보인다.

올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노인 간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단어가 ‘간병 지옥’, ‘간병 파산’ 그리고 ‘간병 살인’이다. 

인구 10명 중 3명이 노인인 일본에선 해마다 40~50건씩의 간병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즉, 매주 한 명씩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치거나 질병으로 입원해야 할 때 가족들이 간병하지 못하면 따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적 간병비 규모는 매해 증가해 현재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팀의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간병인을 쓰는 유급 간병률과 가족 간병률 등을 합친 사적 간병률은 2018년 기준 61.2%다. 국가 차원의 지원이 부재하다 보니 간병이 어려운 중증 환자일수록 사적 간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실이다. 상급종합병원(75.3%)과 요양병원(74.8%)이 높은 사적 간병률을 보이고 있다.

간병비도 증가해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하루 7만~9만원 수준이던 비용이 지금은 12만~1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400만원에 이른다. 

또한 식대를 별도로 청구하거나 환자의 덩치가 크다며 웃돈을 요구하기도 해 실제로 그 부담은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요양병원업계에서는 간병비 문제를 푸는 대안 중 하나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고용할 수 있는 동남아 간병인 영입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내국인과 재외동포 비중은 6대4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요양병원 취업이 가능한 비자는 중국 및 구소련지역 동포가 대상이 되는 방문취업(H-2)과 재외동포(F-4) 비자로 제한돼 있다. 이로 인해 간병의 경우 내국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국동포에 의존하는 추세다. 문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 인건비 상승 등 다양한 이유로 중국동포에게 국내 간병인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으로 바뀌며 간병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동남아시아 국가 등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이 국내 간병인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국적 출신의 전문취업(E-7)과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자에게도 간병인 시장을 개방하자는 것.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미얀마에서는 간병인의 월급이 40만원대인데 우리나라에서 4~5배 주면 상당히 많이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동남아 등지에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젊은 인력에게 언어교육을 한 후 일할 수 있게 하면 경감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최근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7월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병원 전체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가 일반병원(급성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가 상주하거나 사적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병원의 전담 간호 인력으로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종합병원 6인실 입원비는 본인부담금 외에 사적 간병비가 추가로 들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할 경우 일반 병동 입원료 본인부담금인 2만2000원 가량만 내면 돼 간병비가 9만원 이상 절감된다. 

다만 현재 요양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기관이 아니어서 환자나 보호자가 간병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도 정부는 오는 7월부터 1년 6개월간 요양병원 10곳, 600여명을 대상으로 일부 입원환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또 단계적 확대를 거쳐 2027년부터 전국에 적용되는 본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재원 조달 방안 논의를 미뤄두고 있는데다 필요 예산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 복지부는 간병비 지원에 소요될 예상 재원 규모를 10조원에서 많게는 연간 최대 1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 계획으로는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예산은 건보재정이 아닌 국비에서 지원한다.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으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요양병원계는 시범사업 설계대로라면 간병비 지원에 연간 1~2조원의 재원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3일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한 ‘간병 급여화 본사업 조기 실시를 위한 토론회’에서 임선재 협회 부회장은 “본인부담률을 20%로 높이고 간병인력 기준과 교대근무별 급여비를 조정하면 전국 요양병원으로 지원을 확대해도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1조2000억원에서 최대 1조8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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