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취미인 악기 연주, 경로당에서도 배운다
고급 취미인 악기 연주, 경로당에서도 배운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1.29 09:16
  • 호수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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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지회 외4리경로당, 회원들 색소폰 익혀 지역서 연주봉사

문경읍분회경로당 우쿨렐레 교육… 장성군지회는 사물놀이팀 운영

최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악기를 함께 배우는 경로당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옹진군지회 외4리경로당 회원들이 지난해 열린 제2회 전국 경로당 예술제에 참가해 평소 갈고 닦은 색소폰 연주를 뽐내는 모습.
최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악기를 함께 배우는 경로당이 늘고 있다. 사진은 인천 옹진군지회 외4리경로당 회원들이 지난해 열린 제2회 전국 경로당 예술제에 참가해 평소 갈고 닦은 색소폰 연주를 뽐내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는 대한노인회가 주최한 ‘제2회 전국 경로당 예술제’가 열렸다. 

이날 16개팀이 참가해 그간 갈고 닦은 끼를 발산했다. 특히 11번째로 무대에 오른 인천 옹진군지회(지회장 임승일) 외4리경로당팀은 등장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철호 단장을 비롯한 10여명의 회원들이 금빛 색소폰을 들고 올라 경로당에서 배운 수준급 연주로 가요메들리를 연주하며 경연장을 들썩이게 한 것이다. 김철호 단장은 “경로당 회원 중에 악기를 구입하면 가르쳐줬는데 현재는 회원이 14명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고급 취미로 분류되는 악기 연주를 함께 배우고 즐기는 경로당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외4리경로당의 경우 회원이자 단장을 맡고 있는 김철호 단장의 지휘 아래 현재 10명이 넘는 회원이 함께 색소폰 연주를 배우고 있다. 

외4리경로당 회원들이 색소폰 연주에 나선 배경에는 종교활동과 괸련이 있다. 인천윈드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했던 김철호 단장은 평소 교회에서 성가 연주 봉사활동을 했다. 

이 교회에는 외4리경로당 회원들이 여러명 다녔는데 그의 봉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고 색소폰에 관심을 가졌다. 이때 김 단장은 “색소폰만 구입하면 부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색소폰은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해 선뜻 구매가 어려운 악기다. 회원들은 색소폰을 배우고 싶다는 열정으로 악기를 하나둘 구입했고 김 단장도 약속대로 2014년부터 재능기부에 나섰다. 

초기에는 대부분 소리도 못낼 정도로 초보여서 김 단장이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 레슨, 단체 레슨을 진행했고 서서히 실력이 올라오면서 ‘아이노스앙상블’이란 이름의 색소폰연주봉사단도 결성한다. 이후에도 악기를 구매해 찾는 회원이 늘었고 현재는 14명의 회원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이노스앙상블’의 또다른 특징은 연주 실력 향상이 아닌, 손가락 운동과 악보 암기를 통한 두뇌활동 등에 목적을 둔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음이 발생하는 악기 특성 때문에 경로당이 아닌 교회에서 주로 연습을 하면서 매월 두 차례 이상,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김철호 단장은 “뛰어난 연주보다는 단원들이 즐거운 연주를 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도와 충북도의 경우 경로당 여가 프로그램 강사들이 나서 악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경북 문경시지회 문경읍분회경로당은 지난해부터 김영혜 행복도우미의 지도 아래 우쿨렐레 연주를 익히고 있다. 우쿨렐레는 통기타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해도 악기구입비가 10만원 정도 들어 어르신들에게 부담이 크다. 이에 문경시지회에서 어르신들이 부담없이 연습할 수 있도록 악기를 지원해주면서 수업이 시작됐다.

평생 악기 연주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어르신들에게 우쿨렐레 연주는 쉽지 않았다. 이에 김영혜 행복도우미는 초기에는 비교적 쉬운 코드로 구성된 동요와 가요를 중심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또 어르신들의 경우 손가락 힘이 약해져 우쿨레레 자판을 누르고 줄을 튕기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김 행복도우미는 피크로 튕기는 방식으로 바꿔 어르신들의 관심도를 유지했다.

서서히 우쿨렐레 연주에 재미를 느낀 어르신들이 코드의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코드 학습이 시작됐다. 김 행복도우미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C, F, G 코드를 익히도록 도왔고 그 결과 간단한 곡을 연주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김 행복도우미는 “올해에는 어르신이 보다 많은 코드를 익혀 더 많은 노래를 연주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로당 회원들을 모아 사물놀이팀을 결성한 지회도 있다. 전남 장성군지회는 2015년 노인대학과 별도로 지회에서 서예, 합창 등 취미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사물놀이다. 사물놀이는 꽹과리‧징‧장구‧북으로 구성되는데 악기별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지회에서는 어르신들이 악기를 익히며 노후 생활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도록 매년 악기를 구입하고,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등 사물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실력이 쌓인 사물놀이 수강생들은 ‘다소니’(사랑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토박이말)라는 팀을 결성했다. 

현재도 20여명이 매주 두 차례씩 모여 네 악기를 두루 연습하며 연주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데다가 실력을 인정받아 각종 지역 축제에 초청되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 12월 9일 장성군민회관에서 개최된 ‘장성축협 조합원 한마음대회’ 식전 행사 무대에 올라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장성군지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로당 어르신들이 사물놀이 뿐 아니라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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