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천재’ 서번트가 던지는 메시지
‘백치천재’ 서번트가 던지는 메시지
  • 관리자
  • 승인 2006.09.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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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자폐증, 지체장애 등의 중증장애를 안고 있는 동시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이들을 ‘서번트’라 부릅니다. 과거 영화 「레인맨」에 나왔던 레이몬드 같은 이들이지요.


서번트 중에서도 그 능력이 비범한 이들은 한 번 들은 곡을 완벽히 연주해내고, 백과사전을 달달 외우고, 지금으로부터 수 만년 전후의 날짜를 물어보면 해당 요일을 바로 답변해주는 기가 막힌 수리능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서번트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이는 청각장애, 정신지체, 뇌성마비 등 3가지 장애를 동시에 지닌 레슬리 렘키입니다. 그는 정규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복잡한 곡이라도 100% 똑같이 연주해 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편곡하기도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그리스어로 부른 노래를 자신의 절대음감을 이용해 피아노 연주곡으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어로 완벽히 재현해 내기도 합니다. 보통 서번트들이 가진 모방의 단계를 벗어나 창조성의 발현까지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것을 재능이라고 부르기엔 서번트들이 안고 있는 커다란 장애가 마음에 걸립니다. 서번트 대부분이 좌뇌 측두엽의 장애를 안고 있다고 얘기 합니다.

 

인간 좌우 뇌가 가진 유기적인 협력 체계에 따라 좌뇌의 손상으로 인해 우뇌의 특정영역의 능력이 발현됐다는 것이 많은 서번트를 연구 하는 과학자들의 주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들 서번트들에게서 주목할 것은 신이 내린 재능(?)이라기보다 그들이 불치의 장애를 딛고 그 재능을 꽃피우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인간으로서 쉽게 범접하지 못할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들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 재능을 보이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인내가 있었음은 눈 여겨 보아야할 대목입니다.


서번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냅니다. 자신들이 가진 장애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하나에 전일 집중합니다.

 

그들은 도전하고 또 도전합니다. 서번트들은 한 사람이든 수천 명의 관중이든 언제나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마치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신성한 의식처럼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들에게는 명예도 재물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오늘날 서번트들에 대한 치료 방안은 결론지어졌습니다. 장애를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재능을 더욱 키우는 쪽이냐에서 결론은 후자입니다. 재능을 꽃피우는 것이 장애를 보완하는 지름길임이 지난 오랜 기간의 연구결과 결론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단점과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니 모두가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단지 그 크기의 차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점을 키우기보다 단점을 부각시키고, 타인의 장점을 부러워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질 않습니다. 그러나 서번트들은 다릅니다.


비범한 서번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뇌의 능력을 보이기까지 과정은 그것이 단순히 장애로 인해 발현된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가진 뇌의 잠재성을 일깨우는 험난한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서번트들은 자신을 인정하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아랑곳없이 끊임없는 도전과 훈련을 통해 재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왔습니다.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곧 단점을 보완하고 오히려 승화시키는 것임을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서번트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치의 장애와 신이 내린 재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서번트들이 보여주는 절대적 믿음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뇌가 가진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장 래 혁 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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