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지난해 세수펑크 56조4000억 ‘역대 최대’… ‘총선용 감세’ 비판 새겨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지난해 세수펑크 56조4000억 ‘역대 최대’… ‘총선용 감세’ 비판 새겨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2.02 11:01
  • 호수 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지난해 국세 수입이 목표보다 56조4000억원이 덜 걷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다.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법인세·종부세 등 6조원이 넘는 대규모 감세까지 겹친 결과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3년 국세 수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세수는 34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정부가 목표로 했던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 부족한 액수다. 오차율은 14.1%다. 

세입이 대폭 줄어든 주된 원인은 경기 악화였다. 2022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경기 둔화로 지난해 상반기까지 기업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법인세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인세는 80조4000억원 걷히는데 그치면서 전년보다 23조2000억원(22.4%) 줄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토지·주택 거래가 줄면서 양도소득세도 14조7000억원 감소했다. 세정 지원 등의 기저효과로 종합소득세도 2조5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소득세는 12조9000억원이 덜 걷혔다. 부가가치세도 소비위축과 수입감소 등 영향으로 7조9000억원이 감소했다.

여기에 2022년 현 정부 출범 후 대규모 세제개편으로 추진한 감세도 출혈을 키웠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년 세제개편에 따라 지난해 소득세 3조5000억원, 종합부동산세 1조3000억원, 법인세 5000억원 등 총 6조2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거나,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복지, 교육 등 사업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도 있다.

올해 세수 전망도 어둡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국회에 낸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법인세 세수 전망치는 77조6000억원이다. 지난해 거둔 법인세(80조4000억원) 보다 2조8000억원 가량 적은 수치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올해 걷히는 종부세 역시 지난해(4조6000억원)보다 약 5000억원 모자란 4조1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정부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전보다 강한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태다. 경제정책방향과 민생토론 등을 통해 내놓은 크고 작은 감세안만 10여건으로, 이에 따라 7조원 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여기엔 금투세 폐지(-1조5000억원), 증권거래세 인하(-2조원), 설비 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1조5000억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상향(-3000억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상향(-7000억원) 등이 있다.

정부 감세 정책은 대기업와 고소득층에 편중된 게 특징이다.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에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 경기가 살아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많다. 일련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감소는 확연하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고금리와 경기 둔화 국면 속 감세는 재정상태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 세금 부담을 줄여 시장을 활성화하고, 잘못된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은 따져봐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제1원칙을 지켜 나라 곳간을 채우고,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에 돈을 푸는 것이 경제도 살리고 민생을 살리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