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관대한 사기·횡령 처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여전히 관대한 사기·횡령 처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2.02 11:18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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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최근 지난해 여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연쇄 잔혹범죄 사건의 재판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23년 7월 신림역 일대에서 흉기 난동을 저질러 한 젊은 청춘의 목숨을 빼앗고 수많은 이들을 다치게 한 조선과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를 거쳐 출근하던 여성의 생명을 앗아간 최윤종에게 잇달아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가 사라진 나라가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 범죄자에게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에 적잖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무기징역의 경우 모범적으로 수형생활을 하면 가석방의 여지가 있지만 사형은 형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죽어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을 저질러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전주환의 형량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주환은 1심에서 죄가 인정돼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뀌었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확정됐다. 

우리나라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도 20년 이상 살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유기징역은 3분의 1 이상의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 심사가 가능하다. 단, 유기징역은 남은 형이 10년 이하인 경우로 제한한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징역 40년형이 무기징역보다 10년 이상 더 교도소에서 살아야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석방 심사를 받는다 해서 모두 출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법이 과연 공정한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잔혹살인과 함께 지난해 우리 사회를 소름 돋게 한 범죄가 전세 사기, 거액 횡령 등 경제사범 문제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갑자기 수억 원에 빚을 졌다. 수천명의 전세사기 피해범의 경우 삶의 의욕을 상실했고 사실상 ‘경제적 살인’을 당했다며 지금까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나드 메이도프는 자신의 금융계 평판을 이용해 매달 10% 이윤을 돌려주겠다며 투자자 3만7000여명을 상대로 650억 달러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미국 법원은 메이도프가 70세 고령임에도 우리나라의 살인죄보다 훨씬 무거운 150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가석방 없이 12년 수감 생활 끝에 2021년 4월 교도소에서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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