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여의도 건달’들을 솎아내야 한다”
[백세시대 / 세상읽기] “‘여의도 건달’들을 솎아내야 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2.02 11:26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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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국회의원 자리를 놓고 벌이는 온갖 행태가 가관이다. 당선 무효 선고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자 자리에서 뭉개며 세비를 타먹다 비례대표 승계 무효 시점 직전에 후순위에게 의원직을 물려주는 파렴치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정의당 비례대표 이은주 의원은 정치자금을 위법하게 받은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 의원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 1월 25일 사직하면서 비례대표직을 다른 의원이 승계할 수 있게 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사직하거나 의원직을 상실하면 다음 순번의 후보에게 의원직을 물려줄 수 있다. 하지만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부터는 승계가 불가능하다. 그 시점이 1월 30일부터다. 만약 이후 대법원 판결로 이 의원이 당선 무효가 되면 정의당은 의석도 1석을 잃는다. 

이 의원의 깜직(?)한 짓으로 횡재한 이는 이자스민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후순위인 이자스민은 졸지에 배지를 달게 됐고, 거액의 세비를 받는 행운이 손안에 굴러 떨어진 것이다.

국회가 공천 문제로 떠들썩하다. 당의 총선 후보를 가리는 절차인데 당 대표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아부하고, 호도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돌출 행동이다. 추 전 장관은 돌연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재명)이 대선에 패배한 이유가 임 비서실장에게 상당부분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 민주당 내부의 친문과 친명 간 갈등이 깔려 있다. 임종석은 문재인 대통령 쪽의 좌장 격으로 총선에 나서려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친문계를 배제하고 친명 의원 위주로 공천하려는 속셈이다. 추 전 장관은 자신의 공천을 기대하며 이 대표가 원하는 친문계 저격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을 하루아침에 대선후보로 만든 일등공신이 추 전 장관이라는 건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다.

왜들 국회의원을 하고 싶어 안달할까. ‘돈’과 ‘특권’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서민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 올해 인상된 국회의원 세비는 1억5700만원에 달한다. 설 상여금이 샐러리맨 한 달 치 월급에 달하는 424만원이다. 

국회의원은 이런 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나. 국민 모두는 고개를 젓는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고정된 이미지는 정쟁과 방탄, 입법 폭주와 꼼수, 가짜 뉴스 살포와 포퓰리즘 혈세 낭비다. 

그런데도 국민소득 대비 의원들이 받는 봉급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셋째로 높다. 의회 효과성 평가는 뒤에서 둘째다. 이처럼 비현실적이고 비실용적인 일자리가 또 어디 있을까. 의원들은 걸핏하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봉급은 평균 가구 소득(약 6762만원)의 2배가 넘고, 중위 소득(5362만원)의 3배에 육박한다. 

여기에 국회의원 한 명이 보좌진을 9명씩 거느린다. 이들이 받는 연봉을 모두 합치면 의원실 한 곳에 지원되는 세금이 연간 7억원이 넘는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서도 예외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윤관석 의원은 작년 8월 구속됐지만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우리의 세금을 가져가고 있다. 회기 중에 수백 차례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 정신대 할머니 성금에 손을 대 실형을 선고받은 윤미향 의원도 꼬박꼬박 혈세를 축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비리 범죄를 저질러도 불체포 특권을 누리고, 거짓말을 해도 면책 특권을 받는다. 국회의원의 각종 혜택은 186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혜택을 누리는 나라는 아프리카 국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러니 국회의원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하고 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작태를 더 이상 남의 일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의힘이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를 반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를 자신의 안위와 돈벌이로만 여기는 ‘여의도 건달’들을 솎아내기 위해선 국민 각자가 이번 총선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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