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몽규의 ‘용퇴’를 기대한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정몽규의 ‘용퇴’를 기대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2.19 10:20
  • 호수 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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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3월 28일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대표팀 평가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사면 대상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가운데 48명도 포함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즉각 대중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사면 여론이 일었던 것도 아니고, 승부조작은 스포츠에 근간을 흔든 엄청난 중범죄임에도 축구협회가 독단적으로 사면에 나선 것에 분노했다. 축구협회는 여론을 의식한 듯 이를 철회했지만 대중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총책임자인 정몽규 회장만 남겨둔 채 이사진이 총사퇴한 것이다. ‘꼬리 자르기’가 아닌 ‘몸통 자르기’를 단행하고 ‘머리’만 남기는 황당한 사건에 대중은 아연실색한다. 

축구협회의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위르겐 클린스만을 A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면서부터다. 축구가 발전할수록 감독들의 전술적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유명 클럽의 경우 감독이 선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전임 벤투 감독은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골키퍼가 있는 최초의 라인부터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것)과 수비 전환에서는 조직적인 전술 플레이를 강조했다. 지나치게 후방 빌드업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경우 독일과 미국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뚜렷한 전술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점이다. 독일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좋은 성과는 후에 독일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요아힘 뢰프를 수석코치로 둔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보면서 경기 결과보다 대중들이 분노한 건 클린스만 감독의 ‘태도’다. 경기에서 지고도 ‘방긋’, 골을 먹혀도 ‘방긋’은 기본이고 답답한 경기를 해소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치는 모습조차 거의 볼 수 없었다. 

시종일관 경기를 ‘특등석’에서 관람하듯 하는 태도, 툭하면 미국으로 가버리는 무책임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축구협회는 전면 물갈이가 답이다.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 철천지원수라도 능력만 있다면 감독직에 앉힐 수 있는 진짜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살아남은 ‘머리’의 용퇴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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