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 읽기] “이중근 회장의 노인회 기여”
[백세시대 / 세상 읽기] “이중근 회장의 노인회 기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2.19 10:29
  • 호수 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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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자녀 1명 당 1억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내놓은 저출산 문제 해법이다. ‘출산·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이란 인식을 가진 노인들로선 어리둥절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기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대학 재학 중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지금은 70대인 지인이 살던 비좁은 시영아파트는 기저귀와 분유통 등 육아용품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헝겊기저귀를 사용했던 당시 하루 밤 지나고 나면 두 아이에게서 나오는 기저귀가 빨래통에 가득했다. 

세탁기도 귀해 일일이 손빨래를 해야 했다. 연탄 난방 구조라 더운 물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물을 끓여야 했다. 아이 목욕통으로 쓰는 커다란 플래스틱 통에 기저귀를 가득 넣고 일일이 손으로 헹구고 물을 짰다. 겨울에는 방안에서 빨래를 말렸다. 방 전체를 가로지르는 줄을 여러 개 매달아 거기에 기저귀를 널었다. 국수발처럼 늘어진 기저귀 사이를 피해 방안을 걸어 다녀야 했다.  

지인의 아내는 젖이 나오지 않아 분유를 사 먹였다. 두 아이가 번갈아 먹어대는 바람에 분유 한 통이 사흘을 못 갔다. 가격이 비쌌던 분유 값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결혼반지는 물론 돌잔치 때 들어온 금반지까지 내다팔았다. 

지인은 막상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이 여의치 않았다. 졸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인 10‧26이 났고, 이어서 전두환의 12·12 사태가 터졌다. 대학가는 데모와 휴강을 밥 먹듯 했다. 교수들이 제자들의 취직을 걱정해줬다. 

지인은 “교수가 ‘졸업 논문은 신경 쓰지 말고 취업에만 전력하라’고 했다”며 “도서관에서 선배 졸업생들의 논문을 그대로 베껴 써내 졸업 논문을 통과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만큼 취업이 절실했던 시기였다. 

지인은 언론사 신입기자 채용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중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 통폐합의 일환으로 모든 언론사의 기자 채용을 막아버린 것이다. 취업이 급했던 지인은 고교 선배가 운영하는 여성용품 수입업체에 들어갔다. 

지인은 “명동 지하상가에서 하루 종일 ‘노가다’하면서 받은 첫 월급 전부가  분유 값으로 들어가 아내 원피스도 못 사준 게 한”이라며 “두 아이를 키우는데 국가는 물론이고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분유 값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그 이상의 지원을 국가가 해준다. 기업도 동참에 나섰다. 그 중 민간기업 최초로 억대의 출산지원책을 밝힌 부영그룹이 화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1년 이후 태어난 70명의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이 회장이 다둥이 부부에게 직접 2억원을 전달하는 사진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현재의 출산율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경제생산인구 수 감소와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국방 인력 부족 등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지원에 나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임차인의 조세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이 문제가 됐다. 법대로라면 소득세 38%를 뗀다고 한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해 잘 해결되리라 기대한다.

이중근 회장은 알다시피 제17대 대한노인회 회장(2017~2020년)을 역임했다. 재직 기간 동안 이 회장은 전국의 노인 회장들에게 매달 1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요즘 만나는 지회장들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지회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이 회장이 과거 노인회 발전에 기여한 공이 이번에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 지원을 계기로 새롭게 평가 받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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