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공적 다룬 ‘건국전쟁’ 이례적 흥행 돌풍
이승만 공적 다룬 ‘건국전쟁’ 이례적 흥행 돌풍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2.19 13:28
  • 호수 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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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역주행… ‘미화’ 싸고 이념논쟁도

독립운동에 뛰어든 청년 시절부터 농지개혁 등 주요 업적 다뤄

‘부정선거’, ‘런승만’ 등 기존 평가도 반박… 여‧야, 대중 상반된 반응

이번 작품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을 중심으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공개된 1954년 뉴욕 맨해튼 퍼레이드 장면.
이번 작품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적을 중심으로 파란만장했던 그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공개된 1954년 뉴욕 맨해튼 퍼레이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고복지·고비용·저효율’로 상징되는 영국병을 고친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한편에서는 사회 양극화를 촉진시키며 영국을 분열시킨 ‘마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동물보호법을 만들어 동물권 확대에 공헌한 것은 의외로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독일이다. 이처럼 세계 역사에 기록된 지도자들은 과(過)뿐만 아니라 공(功)도 함께 존재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도 이런 인물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공‧과에 대한 평가가 극명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업적을 재조명한 ‘건국전쟁’이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인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2월 1일 개봉한 이 작품은 13일까지 38만명이 관람했고 하루에만 5만2000명을 동원하는 등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1월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이 12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흥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건국전쟁’은 ‘김일성의 아이들’(2020)을 만든 김덕영 감독이 연출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고아들의 동유럽 이주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국가기록원 영구보존 작품에 선정돼 현재 국가기록원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다. 또 전 세계 17개국 주요 영화제에 출품해 이탈리아 로마국제무비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 동유럽국제무비어워즈 은상 등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2021년 초부터 약 3년에 걸쳐 2억원을 들여 ‘건국전쟁’을 완성했다. 미국 주요 도시와 하와이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이 깃든 곳을 직접 찾아가 취재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이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며느리 조혜자 여사를 포함한 주변 인물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됐다. 

영화는 이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투신할 때부터 가난한 민중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한 청년 이승만을 조명한다. 

또한 이 대통령의 재임 기간 업적도 평가한다. 영화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 정책강연 등 자료를 인용해 1948년 ‘유상매입 유상분배’ 방식으로 단행한 농지 개혁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당시 강연에서 한 위원장은 “농지개혁 덕분에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작품은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등 역사학자의 목소리를 빌어 이승만의 과(過)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대표적으로 4·19 혁명과 이 대통령 하야의 도화선이 됐던 1960년 3·15 부정선거도 사리사욕에 눈이 먼 주변 인물들이 주도한 비리라고 영화는 주장한다. 당시 대통령 선거 후보자는 이승만과 조병옥 둘뿐이었는데, 조병옥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기에, 결론적으로 단일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영화는 전쟁을 일으키고 가족 모두 만주로 대피했던 김일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 중 279번의 연설을 하며 장병의 사기를 북돋웠던 이승만 대통령을 비교하며, ‘런승만’이라는 왜곡과 거짓에 대해 “왜곡되고 비틀린 교육의 자화상”이라고 주장한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영상도 있다. 정전협정 체결 이듬해인 1954년 미국을 방문한 이승만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짤막한 영상으로, 김 감독이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입수했다고 한다.

논쟁적인 내용 때문에 정치권과 대중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야권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이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로 쫓겨난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에 현직 대통령이 동참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2월 13일에는 한 유명 가수가 영화 포스터를 SNS에 올렸다가 비판 댓글과 응원 댓글로 곤욕을 치르다 결국 댓글창을 폐쇄하는 등 대중들의 시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반면 한동훈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진석·안철수·박수영·김미애·김영식 등 현역 의원과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 유력 인사들은 SNS에 앞다퉈 관람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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