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케어 넘어 ‘로로케어’ 시대 올까
노노케어 넘어 ‘로로케어’ 시대 올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2.23 15:01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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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간병인 부족 문제 해법으로 부상… 빠르게 성장

국내 돌봄기관들 배설·이승보조로봇, AI 돌봄인형 속속 도입

한 박람회에서 이승보조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한 박람회에서 이승보조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 2021년 공개된 영화 ‘간호중’은 2048년을 배경으로 보호자와 꼭 닮은 ‘간병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인간형 로봇을 다룬 기존 영화와 달리 ‘간병로봇’이라는 현실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큰 주목을 받았다. 

#2. 지난해 12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관절을 움직여 계란을 조심스럽게 집어 옮기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22년 9월 초기 모델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뒤뚱거리는 엉성한 모습으로 조롱당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놀라운 발전을 이룬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을 활용해 노인을 돌보는 ‘로로케어’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고도화된 로봇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병 종사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이승(移乘)보조, 배설 로봇 등이 서서히 상용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돌봄로봇이 개발‧보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5년부터 37만명의 돌봄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 일본은 다양한 돌봄로봇을 개발해 가정과 복지시설 등에서 노인들의 운동 및 두뇌활동을 돕거나 약 복용시간 알림, 혈압체크 등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사소통을 통해 혼자 살거나 외부활동이 어려운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로봇이 2005년 상용화된 ‘파로’(PARO)이다. 파로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애완로봇이다. 이 털복숭이 로봇은 입원 환자나 요양시설 수용자, 간병인 등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간병인과 피간병인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심리적 안정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2009년 9월 미국 FDA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7년 연구에서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한 요양시설에 입주한 70세 이상의 노인 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파로 도입 후 사회적 활동의 증가와 함께 소변 검사를 통해 확인한 호르몬 수치에서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터리‧인공지능‧사물인터넷‧자율주행‧정밀리프팅‧압력센서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효돌’ 등 AI 인형 돌봄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로봇의 개발‧보급에 나서고 있다. 인간의 역할을 100%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생활환경 개선과 간병인이 겪는 체력·정서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효돌’ 등 인형 돌봄로봇의 경우 많은 지자체에서 적극 활용하면서 고독사 예방 등 효과를 내고 있다.

복지부도 2027년까지 5년간 273억원을 투입해 ‘수요자 중심 돌봄로봇 및 로봇을 활용한 서비스 실증 연구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이동·목욕·배설·착용·모니터링·이승(移乘)·욕창예방·식사·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9종의 로봇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경증 치매환자와 같이 다양한 이유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이중 요양병원 등 돌봄기관에 실제로 투입된 로봇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보급이 되고 있는 로봇은 배설 로봇과 이승보조 로봇이다. 배설 로봇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환자가 기저귀 형태인 해당 로봇을 착용하면 내장된 센서가 대소변을 감지해 흡입구로 흡입 처리하고 비데로 청결하게 세정한 뒤 온풍 건조까지 하는 등 전 과정을 자동 실행한다. 

일본기업 후지(Fuji)에서 개발한 이승보조 로봇 ‘허그’(hug)도 국내 요양병원 등 40개 기관에 100여대 이상 보급됐다. 어린 아이가 안아달라고 손을 내미는 형태를 닮은 허그는 이용자가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에 로봇 양팔을 끼우고 안기듯이 몸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쏠림을 유도하고 흉부를 지탱하면서 엉덩이를 띄우는 방식으로 일상생활에서 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쉽게 이용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 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도 간병인이나 이용자 모두 힘을 덜 들이도록 돕는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사용자의 상황을 인식·반영해 환자를 최적화된 자세로 전환시켜줘 욕창을 예방하는 로봇, 사용자 건강상태에 따라 자동·반자동·수동으로 식사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식사보조 로봇 등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 등과 비교해 다소 늦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돌봄로봇 개발을 추진한 만큼 일부 제품 상용화에도 전반적인 기술 개발 수준은 아직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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