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5] 24시간 주치의
[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5] 24시간 주치의
  • 중앙치매센터
  • 승인 2024.02.26 10:26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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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주치의

난 아내이자, 24시간 주치의

먹는 것, 소변보는 것, 잠자는 것

일거수일투족 내 레이더망에 담는다.

 

내 수고에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지라도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내 몸뚱이

부서져라, 무너져라 

난 24시간 주치의

 

내 거울을 보면 당신이 있고

당신 거울을 보면 내가 있고

우리는 닮아가는 쌍둥이

 

그리고 난 당신의

24시간 주치의

[우수상  유죽자] 이 시는 2020년 6월 경기 고양시 덕양구 치매안심센터 치매 가족 공모전에 응모해서 우수상을 받은 나의 작품이다. 처음에 가족 담당 선생님이 공모전에 시나 수필 등 어떤 형식이든 좋으니 글을 써달라는 안내를 받고 사실 자신이 없었다. 일평생 살면서 글이라곤 써본 적도 없지만 긴 글을 공식적으로 써본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도 치매안심센터 선생님의 부탁이니 마음이 닿는 대로 열심히 썼던 것 같다. 워낙에 글 솜씨가 없어서 기대도 안 했는데 나에게 우수상을 받을 수 있는 영광까지 주셔서 믿어지지 않았다. 이런 영광이 있을 줄이야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에 힘을 입어 이렇게 글을 쓰는 용기가 생겨 어렴풋이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파킨슨병이 기억장애 부를지 몰라

2013년 11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날. 사실 그 병이 무슨 병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냥 당뇨나 고혈압처럼 단순히 약만 먹으면 더 나빠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진단 다음 해 초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방금 한 일을 기억 못 하고 자꾸 고집을 부려서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파킨슨병이 기억력 장애까지 오는 줄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치매는 생각도 못 했는데 병원에 가서 최종진단을 받아야 한다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그 날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어떻게 남편을 간호하고 보호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라 치매안심센터 선생님만 붙잡고 울면서 상담했던 일이 생각난다. 막막한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무조건 모든 기억이 다 사라지고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치매안심센터 선생님의 가족 교육을 듣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심센터 선생님은 나에게 은인이다. 하루하루 지칠 때마다 “의사 선생님은 잠깐 진료 받고 약만 처방해주지만 난 온종일 붙어있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해주는 24시간 주치의이다” 이렇게 나 자신에게 세뇌를 시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병원 갈 때 동행하고 밥을 먹을 때 잘 먹는지 지켜도 보고 보행 시 넘어질까 봐 동행해 주니 정말이지 난 남편에 대해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다. 치매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고 해서 경기도 광역치매센터에서 교육도 받았고 치매안심센터의 모든 교육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우리 집 양반도 쉼터를 이용했는데 6개월 동안 병원 갈 때 한번 빼고는 결석한 적이 없다. 우리 부부는 치매안심센터가 제2의 집이었다. 아쉽게도 쉼터를 계속 이용하고 싶었는데 종료를 해야 해서 많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이 이용을 해야 하니 아쉬운 맘을 뒤로 돌리고 지금은 주간보호센터를 잘 다닌다. 

24시간 주치의처럼 남편 돌봐

처음부터 주간보호센터를 보냈더라면 아마도 적응을 못 했을 것이다. 워낙에 남들과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쉽게 적응을 못 하는 편인데 쉼터를 이용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공부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주간보호센터를 가면 남편을 위해 집안일부터 음식을 하고 남편이 돌아오면 센터에서 활동한 얘기, 먹고 싶은 음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만하면 24시간 주치의답지 않은가!

아이들이 어쩌다 오면 엄마, 아빠 요즘 보기 너무 좋다며 얘기를 한다. 조금 어색하고 낯설지만 그래도 듣기 싫지는 않다. 남편의 병이 단순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지옥 같았겠지만 인정해주고 함께하니 마음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사실, 앞으로 더 진행되면 언젠가는 요양원에 가게 되겠지만 같이 있을 때만이라도 난 영원한 당신의 24시간 주치의가 될 것이라고 맹세한다.

“여보~ 젊었을 때 가족을 위해 힘들게 일한 것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니 이제는 내 어깨에 기대어 더 나빠지지만 말고 희망을 갖고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하는 아내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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