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0세시대 연가
[기고] 100세시대 연가
  • 정용쇠 서울 은평구
  • 승인 2024.02.26 10:48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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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쇠              서울 은평구
정용쇠 서울 은평구

나이는 세월의 훈장이라고 했던가. 사람들은 누구나 늙어가고 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 흐르듯 그저 하루를 보내면 된다고 했던 옛 선배들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긴 겨울이 지나 꽃망울을 터트리며 향기를 뿜어 내며 봄소식을 알리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고령화로 노인 차별만 커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노인들이 아이보다 많은 시대가 왔다. 노인이 많아지다 보니 효에 대한 개념도 사라진 듯하다. 카드가 없고 디지털기기 사용이 서툴러 밥조차 못 사먹는 노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영화나 공연도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와 좌석을 구하기 어렵고 ‘반값핫딜’ ‘24시간 한정 특가’ 등 유통업계 각종 할인 이벤트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사실상 노인들이 경제적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장수가 축복이 아닌 재앙처럼 느끼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미수(米壽‧88세)를 넘긴 필자도 오래 산다는 것이 참 힘든 일임을 느끼고 있다. 죽을 것만 같은 갖가지 통증에 시달려 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침에 깨어나 아직도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육체적으로는 점점 쇠약해질 일만 남았지만 앞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그에 맞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세대는 이른바 압축성장시대에 젊음을 불태웠고 오직 일에만 열중했다. 자연스레 시대의 급격한 변화도 체험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운 좋게 그 혜택을 받았다. 

이제는 나이를 감안해서 남들을 도와주고 섬기는 자세로 가정과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지내고 싶다. 돌이켜 보면 필자는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잖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동안 사람‧기업‧이익단체 사이에서 시시비비를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부터는 남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관대해지려고 한다.

지금까지 미뤄둔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도해 보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하고 싶은 일을 미뤄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만, 이제 더 미루면 그 기회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 욕구를 살피고 행동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소홀했던 인간관계를 다시 돌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제는 내가 시도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고 차근차근 즐겨보리라. 어느 시인의 시처럼 산을 오를 때 보지 못했던 꽃들을 비로소 발견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나이가 드는 것이 혜택이 이날까.

자랑스러운 백수(白叟, 나이 든 사람)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도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뒤늦게나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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