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초유의 0.6명대까지 내려간 출산율… 보여주기식 아닌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초유의 0.6명대까지 내려간 출산율… 보여주기식 아닌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3.04 10:27
  • 호수 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72명을 기록했다. 심지어 4분기 기준으론 0.65명에 불과했다. 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특단의 인구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 대비 0.06명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이다.

지난해 4분기엔 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지며 분기 기준 처음 0.7명대마저 붕괴됐다. 통상 4분기가 가장 출산율이 낮긴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말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제시한 출산율 저점(0.65명·2025년)을 2년 앞서 찍은 셈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0.5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저조했다. 2022년 1.12명으로 유일하게 1명대를 지켰던 세종마저 지난해 0.97명으로 주저앉았다. 이로써 시도별 합계출산율 1명대 지역은 대한민국에서 소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3년부터 11년째 꼴찌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2021년 기준)은 1.58명으로 우리나라 0.72명의 2배를 웃돈다. 

엄마가 되는 나이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이 첫째를 낳은 평균 나이는 33.0세로 1년 전보다 0.1세 높아졌다. OECD 평균(29.7세)과는 3.3세 차이가 난다.

합계출산율 추락 원인이 다둥이 출산을 꺼리기 때문이란 분석도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23만명) 가운데 첫째 아이 비중은 60.1%(13만8300명)로 전년보다 1.9%포인트 증가한 반면, 둘째 아이 비중(32.3%)은 1.4%포인트, 셋째 아이 이상 비중(7.5%)은 0.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이 저출산을 심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저출산 쇼크’에 인구소멸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으로 전년보다 2만200명(5.4%) 줄었다. 사망자 수가 감소로 전환한 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전체 인구는 12만2800명 줄었다. 사망자 수가 줄었지만 출생아 수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인구 자연증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가량 지난 2072년에는 지난해 말 기준 5144만명이던 인구가 362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중위 연령(전체 인구 중 중간 연령)은 63.4세로,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환갑을 넘는 ‘노인 국가’가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 국방, 의료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다. 분야별 해법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기존 저출산 정책 과제를 평가해 정책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대책을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실질적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일·가정 양립을 정착하고 일자리·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발굴·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고 호소한다. 먼저 장시간 근로를 선호하는 직장 문화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들다. 5인 이상 사업체 중 52%만이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출퇴근 시차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맞벌이를 포기하자니 치솟은 주거비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8년간 저출산 대응에만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저출산과 무관한 부처별 각종 사업이 저출산 정책으로 포장되고 정작 필요한 제도에는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스마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 프랑스는 출산휴가 연장, 무상보육·양육수당 확대, 이민 대책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합계출산율이 2배 이상 높은 국가들도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보여주기식으로 나열된 정책을 솎아내고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집중해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절박함 없이 시늉만 하면서 국가의 명운이 달린 위기를 방관해선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