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6] 6살 내 남편, 그래도 사랑해!
[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6] 6살 내 남편, 그래도 사랑해!
  • 중앙치매센터
  • 승인 2024.03.04 10:46
  • 호수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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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김옥란] 제가 태백시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가족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은 1년이 훨씬 넘습니다. 치매 관련 프로그램에 동참하기 전에는 치매를 내 남편이 겪고 있고, 앞으로도 병이 진행되어 점점 더 나빠질 것이며,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게 더 심해져 두려움과 어려움이 닥칠 거라는 생각으로 참담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용기 내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 ‘헤아림’에 참여하여 나와 같은 처지, 아니면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가족들과 모여 가족교실 담당 장○○ 선생님의 교육을 받게 되면서 치매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어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서로의 경험과 어려운 점을 눈물로, 대화로 주고받으면서 절망 속에서도 조그마한 희망, 치매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의 남편은 아주 오래전 갑자기 혈관성 뇌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벌써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러 가지 많은 치료를 해봤지만 별 효과도 없이 남편의 뇌경색은 치매로 전환되었습니다. 

뇌경색 이어 치매가 온 남편

치매로 인해 남편은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성질로 인해 수시로 막대기 같은 기구로 저에게 폭력을 가하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일단은 피해야 하니 다급하게 도망을 가지만, 남편의 마음이 가라앉고 나면 내 마음에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은 절망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어디에다가 볼일을 봐야 하는지도 잊어버려, 하룻밤에도 대소변을 수차례씩 이불에 봐서 새벽 두시 반이고 세시고 일어나 대소변으로 범벅이 된 이불을 빨다 보면 날이 훤하게 밝아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수면 부족으로, 허리 통증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우울증까지 와서 몸과 마음이 온전한 날이 많지가 않았습니다. 더구나 남편의 지능이 6살 정도밖에 안 된다는 병원 소견이 나왔을 때는 절망뿐이었습니다.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까?’ 

그러나 구름으로 가려져 보이진 않지만 하늘 저 뒤편에 밝은 태양이 떠올라 있듯이 어느 날 참여하게 된 치매안심센터 선생님의 따뜻한 교육과 함께 하시는 치매 가족들의 경험을 통하여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모임을 계기로 치매 가족도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만의 시간과 휴식이 필요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인학대 등에 대한 교육도 함께 받으면서 참여자들과 율동과 노래 등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많은 위안과 새 힘도 얻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지니 6살짜리 내 남편 홍○○씨에게도 살아있는 날까지 치매는 우리 부부의 ‘얄미운 동반자’라고까지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나보고 “당신은 남편한테 할 만큼 했다. 이제 그만 당신의 삶을 찾아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시댁 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사실 치매환자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충이 얼마나 큰지 잘 알지 못합니다. 저도 남편이 폭력성을 보일 때는 정말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남편을 시설에 보내고 단 하루라도 편하게 잠도 자보고, 어디론가 훌쩍 다녀오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하던 남편이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정말 힘이 들지만 20년 이상을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본인은 또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하는 불쌍한 생각에 다시 마음을 추스릅니다. 

‘헤아림’ 교육을 받고 이젠 치매 환자의 여러 가지 특성도 알게 되었고, 문제 행동이 나올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또 다른 치매 가족의 경험을 통해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나니 이젠 어느 정도 나도 치매 전문가가 된 듯한 생각도 듭니다. 

가족 자조모임 하며 위안 얻어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고 치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어디 가서 내 남편이 치매 환자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방송에서도, 주변에서도 치매에 대해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같이 걱정해 주니 참 좋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가족 자조모임 날입니다. 서로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자조 모임에 같이 가는 박○○ 가족은 나처럼 남편을 오랫동안 집에서 간병하다 본인 허리 수술로 요양원에 남편을 보내놓고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밤을 지새우더니 이젠 좀 안정을 찾은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를 친정엄마처럼 집에서 잘 돌보다 이젠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좋다며 근처 복지관으로 운동을 다니는 유○○ 동생도 다 같이 모여 한 차로 치매안심센터로 향합니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도 어느새 그쳐 햇살이 조금 고개를 내미는 참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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