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휴식에도 피로감 지속되면 ‘번아웃 증후군’
충분한 휴식에도 피로감 지속되면 ‘번아웃 증후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3.04 13:38
  • 호수 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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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증후군의 증상과 예방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 일상생활서 전신 무력감 나타나

영양 섭취와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방치 땐 우울증 불러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휴식은 100%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날리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방전된 에너지를 채우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휴식에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고, 업무는 물론 일상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며 심지어 인생의 방향을 잃은 듯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번아웃 증후군’ 환자다.

번아웃 증후군은 충분한 휴식 뒤에도 극심한 피로 증상이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정신적 탈진(소진)으로도 불린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명칭은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모든 에너지가 방전된 것 같이 업무나 일상 등에 무기력해진 상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거가 ‘상담가들의 소진’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2019년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 중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박세진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생긴 부신의 코르티솔 호르몬과 교감신경 항진이 그 원인으로, HPA(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축)가 과활성화돼 나타난다”며 “성공 지향적이고 성과 위주의 현대사회에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 부적절한 휴식, 영양소가 부족한 식사 등으로 부신 기능이 저하되면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일상생활서 극심한 피로 느껴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하면 만성피로와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감기 등 상기도감염의 재발이 잦으며 확연하게 체력이 떨어진다. 또한 이유 없는 체중감소, 알레르기 증상, 관절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반적인 검사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극심한 피로감, 전반적인 위약감, 우울감, 불면증과 함께 예민하고 쉽게 화를 내거나 어지럽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이며 좌절감과 공포감, 강박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위장관계와 관련된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데 명치 부위가 뻐근하거나 긁는 것 같은 불편함을 흔히 느낀다.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거나 밥맛이 떨어지며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근골격계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승모근의 긴장과 통증, 요통 등이 있다. 뇌신경계 계통으로 두통이나 회전성 어지럼증, 이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외에 음식이나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잘 생기고, 술을 전보다 못 견디며 짠 음식이나 단 음식을 갈구하는 현상이 있다.

감별이 필요한 증상으로는 탈진, 무력증이 있다. 탈진은 신경학적 기전에 의해 생기는데 세포 기능의 부전, 간독성, 과도한 사이토카인의 분비 등에 의해 발생한다. 

무력증은 오후 늦은 시간에 심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증상으로, 내분비 장애로 인한 저혈당 증상이나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히스타민의 증가 또는 부족, 저혈압으로 발생한다. 

박세진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지면 일상적인 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에도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전신 무력감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보다 영양 섭취, 스트레스 관리로 치료 

피로와 같은 증상은 개인마다 달라 계량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 이에 1970년대부터 평가방법 개발이 활발히 진행돼 왔다. 크게 설문형 피로 평가와 측정 장비를 이용한 피로 평가가 있다. 

여기엔 설문형 평가로 14문항을 사용하는 ‘만성피로지수’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장비를 이용한 피로 평가는 ‘액티그래피’라는 기계로 피로와 일상적인 신체활동 간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액티비티 레코드’가 있다. 주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에서 사용한다.

박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보다는 영양 섭취와 휴식 등 생활습관 교정과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생활양식과 사고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완반응과 인지행동요법을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면서 지속적으로 생활습관 교정에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충분한 수면 취하고 영양분 섭취해야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은 부신 고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면 환경의 개선과 이완 요법 등 깊은 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개인에게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깊은 잠을 자야 한다. 가벼운 운동은 깊은 호흡과 긴장 이완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하는 데 좋다.

운동은 단계에 맞게 적절히 조정해야 하는데, 심한 단계(탈진)에서는 오히려 운동이 회복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운동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등급별 운동처방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비타민, 마그네슘 및 기타 미네랄, 엘카르니틴 등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커피나 술, 음료수 등 자극적인 음식을 삼가야 한다. 인공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의 노출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는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아닐 수 있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도 연결될 수 있고, 만성적인 증상으로 심화할 수 있는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질환”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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