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76] 빛은 어두움에서 나온다
[채근담 다시 읽기 76] 빛은 어두움에서 나온다
  • 백세시대
  • 승인 2024.03.11 09:21
  • 호수 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은 어두움에서 나온다

굼벵이는 아주 더러우나 변하여 매미가 되어서 가을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개똥벌레로 변화되어서 여름밤 달 아래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으로부터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두움으로부터 나옴을 알아야 한다.

糞蟲至穢. 變爲蟬, 而飮露於秋風.

분충지예  변위선  이음로어추풍

腐草無光. 化爲螢, 而耀菜於夏月,

부초무광  화위형  이요채어하월

故知潔常自汚出, 明每從暗生也.

고지결상자오출  명매종암생야

◆만해 강의

굼벵이는 진흙 속에서 자라는 더러운 벌레이지만,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면, 가을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셔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한다.

또 썩은 풀은 썩어서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으로 본래 광채가 없지만, 거기서 개똥벌레가 자라나 여름밤에 아름다운 광채를 발한다. 

그러니까 매미의 깨끗함은 굼벵이의 더러움에서 나온 것이고, 개똥벌레의 빛남은 썩은 풀의 어둠에서 생겨난 것이니, 이것으로써 모든 사물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곧 홍안(紅顔)은 박명(薄命)에서 생기고 문장(文章)은 곤궁(困窮)에서 나오며, 성공은 실패한 뒤에 얻어지고, 영달(榮達)은 어둡고 한스러운 뒤에 있는 것이다.

공경하고 친애할 만한 영웅호걸이, 얼마나 많이 곤궁하고 미천한 처지에서 생겨났던가. 사람은 한때 실의(失意)했다고 해서 영원히 낙망을 해서는 안 된다.

◆한줄 생각

다이아몬드의 영롱한 빛은 탄소 결정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커먼 탄소 덩어리를 본다면 다이아몬드를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엄청난 인고의 과정을 지나 최고의 보석으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 쉽게 자만하거나 또는 절망해 포기하는 우(愚)는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