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을 촉구한다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인권(기본)법 제정을 촉구한다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4.03.11 10:53
  • 호수 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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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학대와 차별, 따돌림, 고독 등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인문제

노인인권법 제정으로 해결 가능

당국뿐 아니라 당사자 노력 중요

노인단체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인권은 국적, 출신국, 거주지, 지역,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또는 다른 어떤 조건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평등하게 인간에게 천부적으로 주어진 존엄성과 권리와 자유를 말한다. 노인도 일반인과 같은 인권을 가지며 나이로 인해 결코 노인의 인권이 훼손되거나 변하지 않는다. 

1948년 UN에서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을 바탕으로 인권침해를 받기 쉬운 아동,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국제인권협약(일종의 국제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세계 각국이 그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자국법(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었다. 

아동인권협약은 1989년 UN 제정-1991년 한국 비준,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79년 UN 제정-1984년 한국 비준, 장애인인권협약은 2006년 UN 제정-2008년 한국 비준, 이주노동자인권협약은 1990년 UN 제정-한국 미비준 상태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적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노인문제와 관련된 노인인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이에 UN에서는 고령화공개실무집단을 구성하여 2011년부터 노인인권문제 해결방안과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 필요성을 논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차이로 노인인권협약 제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노인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권리항목에 대한 실태와 해결방안을 토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국제노인인권협약이 언제 제정될지는 예상이 어렵다. 

한국사회는 세계 최고속도로 고령화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지만 한국 노인들은 아직도 선진국 중 최고의 상대적 빈곤율을 보이고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50대 초반 이른 나이에 퇴직하여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노인 아닌 노인이 되고 있으며, 학대와 차별 및 따돌림, 돌봄 서비스받기 어려움, 이동과 주거환경의 열악함, 사회적 배제 및 고독과 소외 등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는 노인인권법 제정으로 크게 해결할 수 있다. 노인 인권보장을 바탕으로 한 노인문제 해결에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들겠지만 비용 없이도 개인적 및 사회적 인식변화 그리고 사회제도의 변화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크다. 노인인구 전체로 보면 노인 인력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약하거나 보충할 수도 있다. 

한국의 노인, 아동, 장애인에 대한 인권보장은 국가(사회)의 자발적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초고속의 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이 더 이상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에 의존한 노인인권법 제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인인권법을 제정하여 시행해 나가야 한다.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은 결국 각국의 노인 인권보장 관련법 제정과 기존 관련법의 보완을 촉구·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사회가 자체적 노인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할 필요성 또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제노인인권협약 제정을 단시일 내 기대하기 어렵고, 노인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추구 및 자유를 노인에게 명확히 구현하기 위함이다. 셋째는 한국사회에 팽배한 노인과 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연령주의)의식을 개선하고 불식하기 위함이다. 

넷째는 고령화로 심화되고 있는 다양한 노인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다섯째는 국내의 노인인권 관련 법규를 통합·일원화하고(노인인권기본법) 보완하기 위함이다. 

여섯째는 사회복지를 국가의 시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일곱째는 신체적 정신적 노화로 인해 노인에게만 특별히 필요한 사회서비스(돌봄/장기요양, 이동권, 시설 입주 및 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의 보장을 위함이다. 

여덟째는 국민 모두에게 노인인권 의식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아홉째는 아동, 여성 및 장애인의 인권보장 법제화에 비해 노인의 인권보장은 법제화되어 있지 못한 불공평성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노인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해 정부나 국회의 노력과 더불어 노인 당사자들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다. 노인들 가운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로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고, 노인들 중심의 크고 작은 사회단체들도 많이 있지만 이들이 거의 모두 노인인권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노인인권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촉구한다.  

노인 인권보장은 노인에 대한 특혜를 규정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노인도 비노인층과 같이 처우 받고 다만 인간으로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노화과정에서 특별히 필요한 조치나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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