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현대 서울 ALT.1 ‘폼페이 유물전’, 2000년 전 화산에 매몰된 폼페이의 찬란한 문화
더현대 서울 ALT.1 ‘폼페이 유물전’, 2000년 전 화산에 매몰된 폼페이의 찬란한 문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3.11 13:32
  • 호수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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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판매티켓만 10만장 팔려… 나폴리고고학박물관 엄선한 유물 127점

‘춤추는 마이나드’ 프레스코화, 참상 잘 보여주는 ‘젊은 여성의 캐스트’ 등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전 화산폭발로 하루 아침에 사라진 폼페이의 찬란했던 문화를 소개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춤추는 마이나드’ 프레스코화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전 화산폭발로 하루 아침에 사라진 폼페이의 찬란했던 문화를 소개한다. 사진은 이번 전시 메인 포스터를 장식한 ‘춤추는 마이나드’ 프레스코화.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79년 8월 24일, 이탈리아 캄파니아에 위치한 베수비오산이 분화(噴火)한다.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고 불리는 이 폭발로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 매우 번성했던, 인구 2만의 도시 폼페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특히 2000여명의 시민은 탈출하지 못하고 4~6미터 두께의 화산재와 부석에 매몰됐다. 그렇게 사라졌던 폼페이는 1592년 지하 수로를 파는 과정에서 유적이 발견돼 다시 빛을 보게 된다. 이후 현재까지 유적 발굴이 진행되고 있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매년 250만명이 찾는 관광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던 폼페이의 찬란했던 순간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10년만에 한국을 찾아왔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복합 문화 공간 ‘ALT.1’(6층)에서 오는 5월 6일까지 진행되는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展)에서는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 소속 고고학자 마리아 루치아 자코가 엄선한 유물 127점을 만날 수 있다. 폼페이 관련 조각상, 프레스코 벽화, 청동 조각, 도기, 장신구, 사람 캐스트(화산재가 쌓여 형태가 보존된 것) 등을 서울로 옮겨 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얼리버드’(사전판매) 티켓만 10만장 넘게 팔리며 큰 기대를 모았다. 

전시는 총 다섯 개 공간으로 나눠 폼페이의 문화를 조명한다. 먼저 ‘위대한 시대를 꿈꾸며’에서는 화려했던 폼페이와 인근 도시 헤르쿨라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 ‘파피루스의 빌라’와 ‘파우누스의 저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파피루스의 빌라’는 1800여장의 파피루스 문서가 발견된 빌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큐피드들이 그려진 프레스코화로 장식돼 있다.

이어지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사랑’에서는 사랑의 신 에로스와 바다 속에서 탄생한 아프로디테 등 폼페이 문화의 한축을 이뤘던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유물을 소개한다. 이중 눈여겨볼 작품은 ‘가니메데와 독수리’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도 등장하는 가니메데는 트로이의 왕자로서 동시대 인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된다. 그의 매력에 반한 제우스는 독수리로 변해 그를 올림푸스산으로 납치해간다. 결국 가니메데는 제우스의 은총을 받아 신들의 술 시종을 드는 불멸의 인간이 됐다. ‘가니메데와 독수리’는 탄탄한 근육질의 육체로 가니메데를 묘사해 당시 폼페이가 추구했던 ‘조각미남’의 기준을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공간인 ‘삶의 즐거움: 멋진 삶에 대한 로마인의 사랑’에서는 12신 중 하나인 디오니소스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황홀경, 사랑, 기쁨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는 폼페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신이었으며 그가 만들던 포도주는 모임과 축제의 장소였던 폼페이 집과 정원에 장식돼 아름다운 일상을 영유했던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디오니소스의 두상, 사티로스 조각상, ‘춤추는 마이나드’ 프레스코화 등을 볼 수 있다.

이중 ‘마이나드’는 디오니소스를 따르는 여성 추종자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황홀경에 빠져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프레스코 벽화인 ‘춤추는 마이나드’에서는 얇은 드레스에 머리엔 화관을 쓰고, 왼손엔 솔방울 지팡이인 티르소스를, 오른손엔 탬버린을 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출했다. 도시가 맞은 비극과 달리 밝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대조를 이뤄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를 장식하게 됐다.

‘고대 예술의 미 개념’에선 라르 조각상, 헤르메스 조각상, 식기, 연회 장면이 그려진 종형 크라테르 등과 포도와 새의 정물화를 그린 프레스코화를 통해 폼페이 사람들이 추구했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겨울철에 포도주나 음료를 데워 마실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청동 주전자 ‘사모바르’와 함께 포도주를 물에 섞을 때 사용한 그릇인 ‘종형 크라테르’, 주둥이가 넓은 항아리 ‘펠리케’ 등 도기도 비교해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공간인 ‘다시 찾은 폼페이’에선 ‘캐스트’와 함께 폼페이 최후의 날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1800년대 폼페이 발굴 책임자였던 이탈리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는 굳어버린 화산재 층의 빈 공간에 관심을 가졌고, 구멍에 석고를 부어 ‘그곳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이렇게 탄생한 ‘캐스트’는 순식간에 화산재로 뒤덮인 폼페이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어서, 화산 폭발의 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젊은 여성의 캐스트’를 통해 참혹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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