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8] 나의 친구 그 이름은 치매
[중앙치매센터 치매극복 희망수기 8] 나의 친구 그 이름은 치매
  • 중앙치매센터
  • 승인 2024.03.18 10:41
  • 호수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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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이옥균] 2014년 3월…. 나는 설 명절에 못 뵌 엄마를 뵈러 서울에 올라왔었다. 3일 동안 엄마와 함께 있었는데 엄마가 그동안의 행동과 다르게 조금 이상했다. 우리 6남매(아들 셋, 딸 셋)가 엄마 집에 모였다. 엄마가 치매 증상이 보여 대책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이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막막했다. 그렇지만 가족과 함께 논의하여 문제를 한 가지씩 풀어가기로 하였다. 그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지방과는 다르게 서울시에는 치매안심센터가 구마다 있어 치매 검사를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하고 검사 진행 후 결국 2014년 11월경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님의 진단으로 치매 판정이 났다. 엄마는 인지기능 향상을 위해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작업치료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데, 엄마의 아침 일과는 어릴 적 학교에 가듯 가방을 준비하고 기억 배움 학교에서 준 과제를 챙겨 오전 9시까지 치매안심센터에 가는 것이다. 엄마와 치매안심센터로 함께 갈 수 있어 너무도 감사하다.

우연히 집을 정리하다 보니 2014년에 쓴 엄마 일기장을 보게 됐다. 

엄마 일기장엔 몸부림의 기록이

“내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왜 내가 자꾸 정신을 놓는지 모르겠어요. 하나님 불쌍히 여기사 정신 차리게 해주세요. 자꾸 기억이 안 납니다.” 

서툰 글씨로 써내려간 엄마의 몸부림치는 그 일기에 내 가슴이 메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엄마의 기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인지치료 활동을 진행한다. 어떤 날은 노래를 부르고 왔다고 하고, 어떤 날은 색칠 공부를 했다고 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신다.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며 자꾸 잊어가는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 맬 수 있길 기대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헤아림이라는 치매환자 가족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했다. 2016년 ‘헤아림 1기’를 통해 치매환자 가족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구하고 엄마의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 후 의미치료라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또한 ‘엄마’라는 고단했던 삶…. 그리고 지금의 모습도 이해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엄마는 착한 치매라고 한다. 항상 잘 웃고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 가면 “예쁜 선생님!” 하며 애교도 부리신다. 내가 글 쓰고 있는데도 빨리 엄마 방에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TV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무대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계신다.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면서부터 조금씩 변화되는 엄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엄마가 아빠를 보내신 지도 십수 년이다. 뇌수술 등을 비롯하여 많은 일을 겪으시고 어려운 문제들을 홀로 견디느라 온몸으로 아픔과 고통을 혼자 감당하고 계셨다. 우리 6남매를 훌륭하게 키우셨고 ‘모두 결혼하여 화목하니 좋다’며 ‘엄마는 늘 잘 있다’고 씩씩하게 말씀하셔서 그런 줄만 알고 엄마를 너무 외롭게 하고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할 뿐이다. 

이렇게 점점 진행되어 가는 엄마의 치매는 내가 싸워 이길 대상이 아닌 나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막막했던 엄마와의 여행에서 좋은 친구로 만들어 준 길잡이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는 없다. 때론 두려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이 치매를 싸워서 이겨야겠다고 다짐하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시작했지만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은 ‘치매란 이름 그는 내 친구’가 되어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치매를 친구로 여겨야 마음 안정

치매란 얘기만으로도 온 가족이 비상사태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기려 할수록 부딪치는 사건들 속에서 상처받는 치매 가족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에게는 소원의 기도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실 때까지 함께 새벽기도 다닐 수 있게, 두 번째로 엄마가 쓰러져 침상으로 눕지 않고 끝까지 걸어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사랑하는 엄마의 병간호를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엄마의 치매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인지 재활 훈련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치매안심센터 가족 모임에 참석해 많은 위로가 되고 있다. 

나라에서도 치매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리고 가족인 사랑하는 내 동생들이 있다. 또한 치매안심센터는 나와 같이 함께 고민하여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자 애쓰고 있다. 

‘나의 친구 그 이름은 치매’이다. 이제 혼자가 아닌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가는 이 길은 절대 외롭지 않다. 나의 친구 치매…. 그리고 엄마와 남은 긴 여정을 행복하게 극복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가슴에 담아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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